[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사령탑은 미래창조과학부다. 전 정부의 ‘창조경제’ 주무부처였음에도 축소 또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새 정부에서 예산 권한과 더 큰 책임이 맡겨졌다.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다.
지난 4일 진행된 유 후보자 청문회에서 검증을 기대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공직자 신분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따져볼 도덕성 문제며 둘째가 국가의 미래를 맡는 중요 부처 수장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다. 도덕적 결함이 있다면 현재 위치까지 오르는 과정이 미덥지 못하고 역량이 부족해도 같은 의심을 갖게 된다. 결국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청문회는 어느 한 가지 의문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먼저 유 후보자는 배우자의 양평 농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주 2-3일은 가서 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농지 취득 과정에서의 자격 문제, 용도 신고 위반, 투기 의혹 등은 차치하고라도 정황상 배우자는 실제 서울에 거주하면서 양평 농지를 관리했을 뿐 ‘전업 농부’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유 후보자 배우자 직업은 농업인으로 되어있다. 청문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보면 전원주택과 텃밭을 가꾸는데 심취해 있고 이를 위해 농지를 샀을 뿐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농지 취득·관리 과정에서 자격을 위해 주민등록을 이전한 것이지 실거주자로 보기는 어렵다. 위법이 아니라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LG전자 임원과 LG CNS 부사장까지 지낸 유 후보자의 아들과 딸이 모두 LG그룹 계열사에 재직 중이라는 점에 대한 해명도 시원찮다.
유 후보자는 아들이 입사한 판토스가 당시 LG그룹 계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계가 없으며 딸의 LG CNS 입사는 자신이 퇴직한 이후라는 점에서 영향력 행사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들여다보면 판토스는 LG상사에 인수된 2015년 이전부터 LG그룹의 ‘가족회사’였다. 1977년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구정회씨 일가가 범한흥산이라는 상호로 설립한 회사로 현재도 구본무 LG 회장 아들인 구광모 상무 등 일가가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관계가 없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딸의 경우도 LG CNS 부사장이었던 부친이 퇴직한 이듬해 공개채용으로 같은 회사에 입사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전직 경영진에 대한 ‘대우’가 있었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이밖에 소득이 있으면서 딸의 건강보험에 후보자 부부가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점이나 딸이 피부양자 수를 잘못 기재한 채 주택을 분양받은 사실 등에 대한 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소한 부분에는 사과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위법이 아니다”는 해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일련의 정황만으로 후보자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실제 잘못을 저질렀다 단정한다면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것도 너무 쉬워지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수입 승용차를 2대 보유하고 자식에게 사용하도록 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언급된 의혹에 비하면 잘못을 추궁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히려 다른 의혹들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소지가 크다.
신변과 관련된 의혹들은 명확한 증거도 해명도 없이 지나간 채 유 후보자의 산업과 과학에 대한 견해 검증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 후보자는 “배달앱 서비스에 국가가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거나 특정 업체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의원의 질문 세례에 “동의한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문회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시장 상황을 검토해야 하는 주제인 만큼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배달앱 건은 이튿날 미래부가 오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단편적 창조론을 기반으로 현대 과학과 배척되는 ‘창조과학’과의 연관성도 지워지지 않았다. 유 후보자는 “(창조과학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비과학적이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교과서에도 있는 진화론을 가르치면 안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침묵 했다. 추가 질의에서야 결국 진화론을 인정했지만 “장관으로서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초반 대응은 우려를 키웠다.
게다가 이날도 유 후보자는 ‘4차 산업혁명’에 과학을 구겨 넣는 입장을 지켰다. 큰 틀에서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4차 산업혁명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학계와 산업계라는 전혀 다른 생리 차이를 얼마나 균형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한편 여야는 유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정치적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후보자에게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어 현 정부 인사 기조를 감안하면 무난히 임명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어찌됐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내용이 단순한 정치 공방의 카드로만 쓰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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