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할 ‘책임’의 방식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1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 모두 제 한계고 책임”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가 지겠다고 밝힌 책임은 기자회견에서 명확히 거론되지 않았다. 그동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로 ‘정계은퇴’가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제보 조작 파문이 커지며 ‘안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자리’를 내려놓는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4년에는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6월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때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현재는 내려놓을 수 있는 ‘패’가 없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4월17일 “모든 것을 걸겠다”며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이 정계 은퇴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적 칩거를 통해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미국으로 출국, 약 세 달간 머물렀다. 이후 지난 2013년 입국,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번에도 미국 등 해외로 떠나 차기 정국에 대한 구상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전 대표의 책임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13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계 은퇴까지 할 만한 사안인가에 대해서는 너무 가혹한 요구”라며 “안 전 대표는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갖고 국민의당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납득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치활동 여부는 안 전 대표가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정계은퇴 여부에 대해선 본인도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본인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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