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수요와 공급의 법칙' 잊지 말아야

[기자수첩] 정부, '수요와 공급의 법칙' 잊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7-07-21 05:00:00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만화다. 이 만화의 큰 줄거리는 제리가 늘 도망치고 톰은 제리를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매번 당하고 만다. 지금 부동산 시장과 정부의 모습을 보면,이 만화를 연상케 한다. 부동산 시장은 연일 열기를 뿜으며 수요자들이 몰리는데 정부는 매번 이들을 잡기 위해 헛탕을 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투기 세력을 지목하고 사실상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공급보다는 투기 세력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응징을 통한 가격 안정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내놓은 6·19 대책은 강남 등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된 투기 수요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를 차단·규제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단 3주만에 부동산 시장은 대책 이전으로 원상 복귀했다. 분양시장에는 예전과 비슷한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으며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서울 아파트값도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은 방법론적으로 접근이 잘 못됐다. 앞서 말한 '톰과 제리' 애니메이션에서 톰이 제리를 잡기 위해 제대로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에 대한 원인 진단이 잘못 된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근간을 바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잊고 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이자 부동산 가격 결정 요인의 가장 원초적인 원리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공급이 아닌 규제를 했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부동산 정책과는 상관없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지역 주택 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수치)은 96%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100%에 가까운 주택 보급이 달성된 만큼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는 별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은 지 20년이 넘은 주택이 전체의 72%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35%에 달한다. 서울이나 부산 등의 지역들은 초과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급이 없는 규제만으로는 가격조정을 유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임대주택(뉴스테이) 촉진지구를 제외한 대규모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 신규 지정은 중단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택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이지 시장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무시하면서 내놓는 그 어떤 대책이 효과를 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무엇보다 우선 추진해야 한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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