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한 마을에 사는 E(81) 할아버지는 지난달 14일 오후 여느 때처럼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예전부터 공동으로 사용하던 우물가 옆에 심어져 있던 향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 나무는 150년가량 된 향나무로 E할아버지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식재돼 있었다.
정확히 누가, 언제 나무를 심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을 수호신처럼 생각한 오래된 나무여서 동네 주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경찰은 나무가 있었던 주변에 흙 상태 등을 확인해보니 누군가가 고의로 향나무를 훔쳐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에 용의차량이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절도 용의자 A(51)씨 등 4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52)씨도 향나무 인근의 마을 주민들로, 전부터 이곳에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도난당한 마을 수호신 '150년 향나무'. [사진=경남경찰청]](/data/kuk/image/20170730/art_1501031621.jpg)
수중에 돈이 궁했던 이들은 향나무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훔쳐서 팔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향나무의 존재를 모르는 지역 조경업자들이 없을 정도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좋은 야생화를 찾고 있다는 외지인 C(61)씨에게 접근해 “괜찮은 향나무가 있는데 싸게 넘겨주겠다”고 꼬드겼다.
이 말에 솔깃한 C씨와 D(42)씨는 고가의 향나무를 헐값에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과 범행을 공모했다.
이 대가로 A씨와 B씨가 C씨에게 받은 돈은 고작 100만원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향나무는 300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산중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씨와 B씨를 구속하고, C씨와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도난당한 향나무를 무사히 찾아 다행”이라면서도 “한 달 정도 다른 곳에 심어져 있었던 터라 곧바로 옮기면 고사할 수도 있다고 해 어떻게 처리할지 신중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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