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의 희열(강하늘)은 이른바 ‘공대형’ 인간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분석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정통 수사극이었다면 희열은 냉철한 수사관 역할이었겠지만 코믹 버디극을 표방하는 ‘청년경찰’에서 희열은 이론과 실제의 갭 사이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서투른 경찰대생이다. “실제의 저도 생각을 먼저 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이에요. 희열이처럼 재미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요.” 최근 ‘청년경찰’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강하늘의 말이다.
“‘청년경찰’ 시나리오를 열었다가, 결국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보고 닫았어요. 배 아프게 웃으면서 보고 나니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영화 ‘스물’의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그랬던 기억이 떠올랐죠. 웃긴 대사나 단어로 이뤄진 대본이 아니라,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이나 상황이 만드는 위트가 흐뭇한 대본.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스물’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아마 그래서일 거예요.”
‘청년경찰’속에서 희열은 계속해서 달린다.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 기준(박서준)과 같이 범인을 쫓기 위해서, 때로는 경찰에게 쫓기느라, 그리고 중국 동포들에게 위협당하며 달린다. 딱 봐도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았을 것 같은데, 강하늘은 “추운 게 제일 힘들었다”고 웃었다. 촬영은 대부분 서울 논현동 거리에서 사람이 없는 시각인 오전 1시경부터 진행됐다. “오후 9시 경의 추위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아무리 뛰어도 땀도 안 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어요. 하하.”
선의 때문에 결국엔 큰일을 해내는 희열처럼, 강하늘 본인도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들을 솔선수범하는 캐릭터다. ‘미담 제조기’를 넘어 하도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들이 발굴되다 보니 이제는 ‘미담 광산’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유명인이라 그런 이야기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러나 강하늘은 “다들 오해 많이 하시는데, 저는 정말 편하게 산다”며 손을 내저었다.
“어쩌다 보니 주변 분들이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셔서 이미지가 그렇게 됐는데, 사실 저는 정말 편하게 살아요. 술도 잘 마시고, 친구들하고 모이면 욕도 많이 해요. 하하.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좋은 평가를 듣는 이유는 딱 하나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이 있거든요. 저를 만나거나 스쳐간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지 않게 하자는 거죠. 규칙을 빡빡하게 지키려는 타입도 아니에요. 그것 말고는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자 정도?”
강하늘은 오는 9월 헌병으로 입대한다. “왜 헌병이었나”라고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릴 적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헌병을 동경해왔다는 것. 계기는 무려 ‘공동경비구역 JSA’다.
“어릴 적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아버지께 물었어요. ‘아빠, 저 사람들은 군인인데 왜 선글라스를 끼어?’ 헌병이라서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서부터 제 마음 속에서는 ‘헌병=멋있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박혔죠. 하하. 그 때가 중학생 땐데, 제 인생에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낼 거면 멋있고 뜻있게 보내고 싶었어요. 무섭지는 않아요. 새로운 자극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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