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자 속 공격적 전략 취한 LG전자 모바일, 득일까 실일까

[기자수첩] 적자 속 공격적 전략 취한 LG전자 모바일, 득일까 실일까

기사승인 2017-08-05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LG전자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전담하는 MC사업본부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1324억원이다. 직전 분기 2억원까지 줄었던 영업손실이 다시 크게 늘면서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LG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 라입업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중가 제품군인 ‘Q’ 시리즈로 무려 2가지 다른 모델을 내놨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프리미엄 모델 ‘G6’에서 선보인 대화면 ‘풀비전’과 디자인 코드를 계승한다며 40만원대 초반 ‘Q6’와 한 단계 상급 모델 ‘Q8’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로써 LG전자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프리미엄의 ‘G’, ‘V’ 시리즈와 저가형 ‘X’, ‘K’ 시리즈 사이에 Q 시리즈가 포진하는 형태가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A7’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가격대까지 빠짐없이 맞수를 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LG전자가 라인업을 늘리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프리미엄 전략 제품만큼은 아니더라도 추가로 비용이 드는데 이를 회수하기는커녕 오히려 실적만 더 악화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일반적으로 하위 제품군의 판매는 최상위 제품의 인기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합리적 가격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는 ‘간판 제품을 보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LG전자의 프리미엄 TV인 ‘올레드 TV’가 시장에서 선전할수록 ‘LG전자는 TV를 잘 만든다’는 인식이 강화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LG전자는 Q 시리즈로 라인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장기 경쟁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에서 열세에 있다고 중저가 시장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기업도 아니다. 다소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풀 라인업’을 갖출 정도의 역량은 있는 것이다.

라인업을 다양화 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숙도와 연관이 있다. 포화된 성숙 시장에서는 상위 제품군의 사양 격차가 줄어들고 독창적 디자인 또는 ‘혁신 기능’으로 구축해온 ‘브랜드 파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즉 브랜드 파워를 탄탄하게 구축한 선두 주자가 아니라면 최상위 제품에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만들기도 쉽지 않으며 실제 제품 사양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나 특화 기능에 집중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틈새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추가 소비자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부족한 수익성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사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이기도 하다.

한발 먼저 성숙 시장의 예를 보여준 자동차 업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흔히 ‘독일 프리미엄 3사’라 부르는 브랜드들은 비슷한 차체 크기와 성능에도 디자인이 다른 라인업을 빼곡히 채워놓고 있다. 애초에 동급 차종끼리 판매 간섭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더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고 이는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전략은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는 택하기 어려운 방향이다. 더 세밀하게 나눈 소비자층을 각기 다른 제품으로 공략하는 만큼 비용 대비 수익성 면에서 당장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풀 라인업 구축은 장기적인 사업 영위 의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LG는 모바일 사업에서 참담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가전 등 전자 전반의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판매가 부족하다고 향후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IT(정보기술) 환경의 구심점이 될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순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LG전자의 ‘큰 그림’을 기다려본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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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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