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광주경찰청 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 관련 우호적인 글이 올라오자 이를 질책,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한국일보는 경찰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 “광주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질서의식을 높이 평가한 광주경찰청의 SNS 글을 본 이 청장이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등의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18일 SNS에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 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플래카드 아래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사진이 담겼다. 해당 글은 같은 날 오후 삭제됐다.
온라인에는 이 청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실이라면 자진해서 옷을 벗어야 한다” “이 청장이야말로 적폐청산 1순위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청장이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최순실 추천설’이 대표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특검)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최씨는 이 청장 등의 인사기록 카드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건넸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지난 4월 “최씨가 이 청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며 “최씨가 ‘이 청장의 음주운전 문제가 있지만 그냥 시키라’고 (누군가와) 통화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청장은 “(최씨의 추천설과 관련)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 경찰 조직과 개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이 청장은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와 100m 거리에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까지로의 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경찰에서 보는 집회 행진의 마지노선은 여전히 율곡로와 사직로 일대”라며 “법원의 입장과 경찰의 입장을 다르다”고 주장했다.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앞 행진 불허를 시사한 것이다.
또한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 거부를 명시했다. 지난 2011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씨와 그의 사촌 형 박용수씨가 북한산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박용수씨의 몸에서 유서 등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살해한 후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빠른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동생인 근령, 지만씨가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죽음이 이러한 분쟁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이 청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현재로서는 재수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경찰청장 유임 의사를 밝혔다. 이 청장이 스스로 사임할 가능성도 요원하다. 경찰청장의 임기는 관련 법상 2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 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자신의 임기를 온전히 마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 청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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