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들도 나이를 먹는다. 그래서 스무 살 기준은 배우 박서준에게 지금 아니면 안 되는 배역이었다.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이 나이 때 아니면 힘들겠다 싶어서 결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 아니면 스무 살짜리 배역을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말하는 서른 살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제가 고른 캐릭터들은 대부분 제가 살아온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거나, 저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인물들이죠. ‘청년경찰’의 기준도 마찬가지예요. 학교에 들어가서 적응하고, 지루한 시기들을 보내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거든요. 게다가 제 나이 또래의 청년들이 나오는 버디 무비라는 점도 한몫했죠.”
영화 속 기준은 딱히 대안이 없어 경찰대학에 들어왔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앞을 향해 달리는 청춘의 모습은 때론 우습기도 하지만, 열정이 넘친다. 스무 살 때의 박서준은 어땠을까.
“저도 기준이와 비슷했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스무 살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거든요. 일단 대학을 가면 모두 잘 될 줄 알았죠. 그래서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한 건 좋았는데, 그 순간 제 십대의 목표가 끝나버린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한 학기동안 방황을 했어요. 혼란스러웠죠. 연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대학은 수단일 뿐이지 목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뭐 때문에 학교에 왔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기준에게 많이 공감했어요.”
박서준은 빠르게 군대를 다녀왔다. 또래 연기자들이 활동 때문에 군 입대를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당시 방황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서 제대한 박서준은 당시를 “파이팅이 넘쳤지만 막상 제대해보니 현실의 벽이 어마어마했다”고 회상했다.
“남자 분들 전부 공감하실 걸요. 하하. 군대 있을 때는 제대만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대하고 나니 벽이 높더라고요. 오디션은 자꾸 떨어지고, 여기저기 제작사나 기획사에 프로필을 올리거나 보냈지만 아무도 박서준이라는 사람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죠. 오디션 일정이 가끔은 잡혔지만 저를 보여주기에는 너무 짧은 순간들만 할애해 주시더라고요.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포기와 갈등의 순간에 박서준이 선택한 것은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후까지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간간히 시나리오를 보고 또 운동을 했다. 그렇게 몸을 지치게 만들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잡생각을 혼자 많이 하다가 속상해지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저와 전혀 다른 생각을 들어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때와 지금의 박서준은 많이 다르다. 이제는 어딜 가도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기회도 당연한 듯 주어진다. 그러나 박서준은 “단순히 운이 좋은 것뿐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행운을 만난 것일 뿐이에요.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운이 좋았던 거죠. 예전과 상황만 좀 다를 뿐, 고민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연기를 잘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요. 누가 제 대신 선택해줬으면 할 때도 있지만, 그건 제게 지워진 책임을 버리는 거죠.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해요.”
‘청년경찰’은 오는 9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