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최근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새로운 은행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도 수수료 및 대출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가 정체된 금융권의 경쟁을 유도하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겪이다.
이와 달리 케이뱅크의 성장세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11일 기준 케이뱅크는 여신(대출) 6300억원, 수신(예·적금) 7100억원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카카오뱅크는 여신 및 수신액이 각각 8800억원,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보름 만에 케이뱅크의 4개월간 영업실적을 뛰어 넘은 셈이다.
두 은행간 격차는 이미 감지됐다. 대주주 구성과 은행장 선임 등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KT(8%)를 중심으로 우리은행(10%), NH투자증권(8.59%), GS리테일, 한화생명, KG이니시스, 다날(이상 각 9.41%) 등 19개 업체가 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카오오뱅크는 채팅앱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10%)를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58%), 국민은행(10%) 등 9개 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
참여 주주 규모의 차이는 두 은행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범 15일 만에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기로 신속히 결정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증자를 결정하는데 4개월이 넘게 걸렸다. 또한 케이뱅크는 그동안 은산분리 운운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은행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기만 했다. 산업자본의 투자길이 막혀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논리를 제기했지만 카카오뱅크 출범 후 이런 주장은 쑥 들어갔다.
오히려 케이뱅크는 은행의 사금고화, 산업자본의 부당 개입, 금융업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제기됐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CEO 선임부터 문제를 낳았다. KT 출신 심성훈 전무가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그는 비씨카드 관련 업무를 했다고 하지만 금융 관련 문외한이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IT(카카오)와 금융(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인사를 공동 대표이사로 내세운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 새로운 은행을 잘 꾸려 나갈지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심성훈 은행장은 우리은행 관련 대주주 적격성 문제나 은행 인가 취소 논란 등 최근 은행업 관련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소비를 안심시키는 커녕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한 모든 책임을 KT 등 대주주와 금융위원회에 전가했다. 케이뱅크의 입을 자처하는 내부 관계자는 “왜 그런 것을 케이뱅크에 문의하느냐”라는 투로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와 대주주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민간 은행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 케이뱅크 논리는 우리를 보고 관치금융에 나서달라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일 뿐이다”고 혀를 찼다.
또한 케이뱅크는 출범전 실거래 운영 점검기간에 1000억원의 기업 여신(대출)을 선보였고, 대주주인 KT 임직원을 위한 우대 대출 상품을 전격 출시하기도 했다. 산업자본에 종속된 은행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케이뱅크의 운영방식으로 금융권에서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그룹 CEO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는 KT계열사와 다를 바 없어서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갑질로 일관하던 산업적 마인드도 여전하다. 소비자를 위하고 은행업이 갖는 공공적 성격을 얼마나 빨리 인식하느냐에 케이뱅크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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