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판사 블랙리스트’로 촉발된 사법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의 지명 사실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 후보자에 대해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월 춘천지법원장으로 근무하며 판사들의 사무분담을 판사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동안 법원장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분담한 후, 판사회의에서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를 깨고 직접 판사들이 민사와 판사 중 어떤 업무를 맡을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비추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평소 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과 의지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사법개혁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김 후보자를 평가했다.
사법부는 현재 ‘판사 블랙리스트’로 인해 사법파동에 준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사법파동이란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하는 현직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말한다. 지난 1971년과 88년, 93년, 2003년, 2009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각각 대법원장의 사퇴 또는 제도 개혁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잠잠하던 사법부에 파문이 인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이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측의 학술대회를 축소시키고자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학술대회의 골자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권한 축소의 필요성이었다.
고위 법관의 압력 행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내에 판사들의 성향을 분류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실무자들의 컴퓨터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문건이 부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일선 판사들은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월28일 “일부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
일부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의 조사 거부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명 중이다. 최한돈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같은 법원의 한 판사는 지난 10일부터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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