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음주 장면이 없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등장인물에게 시련이 닥치거나 위기에 처할 때, 혹은 좋은 일이 생길 때면 으레 술이 등장한다. 여럿이 모인 술자리부터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까지 다양하다. 술주정 장면도 함께 붙어 나온다. 만취해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거나 고성방가를 일삼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술은 국민 대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박의 경우도 그렇다. 로또, 경마, 스포츠 토토 등 도박은 물론, 사행성 요소가 있는 돈내기 게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불법도박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사용자라면 인터넷 사이트, SNS 등을 통해 불법도박 홍보물을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법도박으로 논란이 된 연예인들도 어렵지 않게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 출연자들의 에피소드가 생명인 토크쇼에서 이들의 경험담은 ‘젊은 날의 실수’ 정도로 소모된다.
중독질환 전문가들은 만나보면 하나같이 우리 사회가 중독에 관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중독 취약계층의 경우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쉽게 중독 질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의료진에 따르면, 술을 많이 먹는다고, 사행성 요소가 있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독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지만 특별히 더 취약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유전적인 요인, 성격적 요인이 대표적이며,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독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중독에 빠질 위험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2011년)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6명이 4대 중독(알코올, 도박, 인터넷, 마약)으로 추정된다. 중독은 개인과 가족을 황폐화시키고,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술로 풀고, 재미가 필요하면 ‘한방’을 찾는 문화는 퇴출돼야 한다. 다행히 4차 산업혁명과 세계화로 인해 즐길만한 문화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중독에 관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