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고등 교육은 Civic Education이라는 독특한 교육과정을 포함한다. 모든 공립 교육 기관은 이 교육과정에 속한 여러 과목들 중 적어도 한 학기 혹은 일정 정도의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을 인정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뉴욕 주는 주립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American government”라는 수업을 꼭 이수해야만 졸업을 인정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 정치 역사에 대한 서술이 아닌 다양한 이론과 그에 대한 반론 등을 제시하며 미국 대학생들의 정치적 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ivic Education의 시작은 약 100여 년 전 이민자들의 미국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당시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앵글로 색슨 민족은 다소 이질적 문화를 보유하고 있던 북유럽권 이민자들의 대거편입이 상당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고 이들을 자신의 문화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Civic Education 제도를 도입하였다. 특히 냉전 시대에는 애국심 고양이라는 명목 하에 공공연히 정부정책 찬양 일색의 편향된 교육이 실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편향성에 대한 각성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1960년대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롯되었다. Civic Education의 획일성과 편향성은 당시 흑인인권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적 공론화에 성공, 정치,법,사회학과 교수들을 주축으로 보다 포용적인 Civic Education 교육기틀을 마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전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의 존중, 미국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치의식 및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의 연구도 Civic Education이 정치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월등히 높여주며 이러한 지식정도의 차이가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와 정치참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더 놀랄만한 Civic Education의 효과는 정치적 관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넓게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은 국민들의 정치적 이해도와 관심을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높였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의 진영대립은 극한에 치닫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국민들마저도 양분시키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원리는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치적 관용은 꼭 필요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지역 구도를 포함, 선거 이후 우리나라가 겪어야만 했던 분열과 대립의 양상은 어느 새 우리나라 정치의 한 축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노력들이 병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러한 정치적 구도를 못 벗어나고 있다. 그 동안의 노력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Civic Education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조심스런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