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먹거리가 없어 미래가 불안한 건설사들이 과도한 경쟁을 펼치면서 이제는 공방전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문제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주 경쟁 과열 현상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수주전에서 재건축 조합원들을 표를 얻기 위해 수천만원의 이사비 지원, 후분양제 적용 등의 파격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7000만원 이주비 지원이라는 유례없는 조건을 제시해 이와 관련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논란에 대한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통상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서는 시공사가 '이주비' 대출 지원 명목으로 이자를 대주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이주비를 대출받지 않는 조합원들에게까지 '이사비'라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현금을 쥐어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 국토교통부가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금 제공은 일종의 불법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1조에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장 큰 원인은 '일감 부족'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강화와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주택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해외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가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20%나 줄이면서 수주절벽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미래 먹거리가 불안한 건설사들은 수주에만 성공한다면 안정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어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은 금품 수수를 금지한 법의 취지와 어긋나는데다, 수주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또 재정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품질이나 기술 경쟁력 등으로 겨루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쩐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제 살을 깎아먹기 밖에 되질 않는 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