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친분이 있거나 경제관료 출신에게는 능력과 상관없이 ‘낙하산’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 다닌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노조를 비롯한 주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능력보단 연줄로 주요 직책에 오를 수 있었다는 의혹에서다. 또한 이제까지 우리사회가 그렇게 해왔다.
금융권도 낙하산으로 분류됐던 인물들로 폐해를 겪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속한 금융사를 나락으로몰아넣었지만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정권탓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항상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금융권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KB내분사태를 수습했던 현 윤종규 회장의 등장때 부터다. 취임 당시 그에게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지배구조가 개선하고 그룹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제 KB금융(국민은행)이 예전 리딩뱅크의 면모를 되찾아 가고 있다는데 토를 다는 사람 없어 보인다.
최근 윤 회장의 공로에 대해 토를 다는 조직이 나타났다. 노조는 그에게 ‘적폐세력’이란 새로운 주홍글씨를 부여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윤 회장의 죄목은 그룹 권력 집중, 노조선거 개입,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등이다. 이 가운데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또 성과만 놓고 보더라도 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처럼 최근 노조는 사측과의 명분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에 대한 반대도 비슷한 사례다. BNK금융지주 노조는 외부 인물이란 이유로 김지환 회장을 ‘낙하산’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영투명성 제고 위원회 구성과 같은 내부비리(엘씨티 비리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쌓였던 내부비리를 덮기 위해 노조가 기존 부산은행의 인사를 밀고 있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수출입은행 노조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성과주의연봉제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을 ‘낙하산’, ‘적폐세력’으로 분류하고 취임을 반대했다. 이는 산업은행 노조가 신임 이동걸 회장의 취임전 검증 작업을 벌이고 조합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거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투명하고 차별없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권의 아침이 밝았다. 노조도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할 때다. 낙하산 혹은 적폐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반대를 위한 반대 보다는 검증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