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업계에서 구동되는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수정됐을 때 미칠 수 있는 여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대의, 이에 눈이 반쯤 가려진 채 헛발질을 계속하는 정부에는 이러한 고민이 없는 걸까. 아니면 대를 위해서 자신들이 소라고 낙인찍은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걸까.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도급업체를 통한 제빵기사 파견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를 고용해 가맹점주들에게 파견하는 행위와 업무를 직접지시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정식공문을 받은 날로부터 25일 안에 시정명령을 이행해야하며 불응 시 과태료 부과와 사법절차를 밟게 된다.
파리바게뜨는 53개의 직영점과 제조기사 269명을 고용하고 있다.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인원들과 제빵기사는 모두 SPC그룹 직원이다. 고용노동부가 언급한 5000여명의 제빵기사들은 도급업체에 피고용된 근무자다.
문제는 ‘왜 파리바게뜨가 도급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제빵기사들을 파견하는가’에 대해 이해하지도, 이해하려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가맹점은 파리바게뜨 본사로부터 제빵 기술과 영업에 대한 노하우, 브랜드 등, 재료 등을 지불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패스트푸드나 커피전문점과 같은 형태다.
다만 일반적인 서빙·제조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제빵’이라는 특수한 역량이 필요하며 이를 가맹점주 입장에서 직접고용하기 어려운 탓에 이러한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직접고용해야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빈약하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00여개이며 가맹점 숫자는 22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누구도 가맹점 아르바이트생들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맹점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와는 별개의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지시가 많았기 때문에 직접고용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다소 비약이 있다. 도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제빵기사를 파견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전 가맹점의 맛·서비스의 통일화를 위한 교정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이는 본사의 노하우 등을 지급받는 모든 프랜차이즈에 적용된다. 프랜차이즈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전 매장에의 ‘통일성’이다.
이러한 도급업체를 통한 파견 시스템에 교정·수정할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언급했던 꺾기나 임금미지급 등은 본사의 잘못이 분명하다. 이러한 부분이 파견시스템에 의해 촉발됐다면 해당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해야함이 마땅하다. 직접지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역시 해당 부분을 고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를 시스템 밖에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도급업체를 통한 파견이 불법이라면 시정명령을 우선하고, 사기업의 의견을 조율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매커니즘과 형태를 충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오버’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책기조를 급하게 쫓다가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정의만을 앞세운 강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과, ‘왜 업계는 이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공부 부족의 산물에 가깝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