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측근 인사들의 총선 지원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들을 공개했다.
박범계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전출된 11명에 대한 직·간접적인 총선 지원을 호소하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었다”며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박형준 전 시민사회특보 등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11명이 ‘VIP’의 국정철학 수행과 퇴임 이후의 안전판이 되도록 당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과 지원창구를 설치해 총선 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건에는 11명이 출마한 지역의 민원과 애로사항을 취합, 청취할 ‘대통령실 내 지원창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이 공개한 명단에는 정 전 정무수석과 박 전 특보를 포함해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 김희정 전 대변인, 정문헌 전 통일비서관, 김연광 전 정무1비서관, 함영준 전 문화체육비서관, 이상휘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형준 전 춘추관장, 심학봉 전 지식경제비서관실 행정관, 김혜준 전 정무1비서관실 행정관의 이름이 게재돼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총선 지원 창구를 만드는 것은 탄핵 사유”라며 “수혜자들은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사찰 의혹도 언급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이 문건은 관리번호로 미뤄 지난 2011년 국정원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야권 자치단체장 31명에 대한 동향보고, 주변 인사 이력이 실려 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각 지역 단체장들의 성향을 ‘종북반미’, ‘포퓰리즘 정책 남발’, ‘정부 대북정책 불신’ 등으로 나눠 평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 중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김운태 전 광주시장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대북정책 불신 단체장으로 기재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좌파단체 편향지원, 최성 고양시장은 ‘박원순 유착행보’라고 평가됐다.
단순히 단체장의 성향을 구분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해당 문건에는 ‘단체장들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며 예산 삭감이나 재정운영 실태 감사 등을 해결법으로 제시했다.
청와대가 KBS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9월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KBS 검토사항’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홍보기획비서관이 함께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며 “프로그램에서 좌파적 세력의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실렸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은 KBS에 대한 인사개혁 주문과 KBS 간부급의 성향을 조사한 내용 등으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김인규 당시 KBS 사장에게 인사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결국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면서 “‘KBS 내 좌파성향 주요 간부’라는 제목의 명단에는 일부에 대해 ‘친민주당 좌파’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매체의 취재 내용을 수시로 보고하도록 한 문건도 다수 확인됐다”며 “방송장악이 수시로 이뤄지면서 (이러한 보고들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