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들을 접한 우리 사회가 깊은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왜 이런 일들이 이어질까. 학생들의 잔혹함이 극에 달한 이유는 뭘까. 한 심리전문가는 이를 두고 “내면에 쌓인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폭력적 표출”이라고 한다. 가정사에 따른 심리 불안이 배경이 될 수 있겠지만, 결과만 중시하는 학교 시스템과 사회 구조 속에서 경험한 압박이나 좌절 등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사실상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공교육도 사교육도 대학 문만 바라보고 달렸다. 학생들이 진정 하고자 했던 말에는 귀를 닫았던 게 사실이다. 숱한 강요 속에서 학생들의 안정적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집단폭행 가해학생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학생들 탓만 할 순 없는 일이다.
지난 달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정기국회에서 있을 소년법 개정 논의 과정에 적극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고, 이에 장차관들은 개정 관련 주요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당국이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기존 법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 얘기다.
시행 2년을 넘긴 시점에서 한국교총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절반가량이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돼 시행 중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유명무실이다. 교사들조차 알지 못하는데, 일선 학교 현장에서 법에 따른 인성교육이 어떻게 제대로 실행될 수 있겠는가. 여전히 대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가 인간성을 지키려는 교육마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집단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아프리카 속담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회가 변해야 자화상도 달라진다. 학생들이 학교를 통해 기초와 원칙에 충실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습관을 기를 수만 있다면 이는 기본을 지키는 교육이 실현되는 나라일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이미 세계화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세계와 어우러지기 위한 바탕, 즉 인성과 감성은 오늘도 숨을 죽이고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