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재협상은 현실이 됐다.
1차 특별공동위원회에서 재협상에 대한 공식 요청을 거절했다는 발표가 무색하게도 한달만에 미국의 요구한 대로 재협상 개시 절차를 밟게 됐다.
코너에 몰린 현 상황에도 정부는 ‘아직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는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점철돼있다. 말 그대로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 합의가 끝나 재협상이 코앞에 다가와있음에도 말장난으로 무게를 희석시키려는 어설픈 의도를 짐작케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긴급 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 반덤핑 관세 연장 등 통상무역압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북핵문제까지 맞물려 대 수출 기상도는 흐리기만 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여주는 희희낙락한 태도는 업계 불안감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힘없이 밀릴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서부터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불공정하게 체결됐다는 강경입장을 유지해왔으며 당선 이후에는 ‘폐기’를 언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실제로 개정이나 폐기를 진행하겠다는 뜻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무사안일한 논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FTA 재협상에 합의한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재협상 카드는 사실상 없다. 일각에서 이번 재협상에 대해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 재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한달만에 상황이 뒤바뀌다보니 비공개로 진행됐던 공동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초당적 협력을 부탁하는 여당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재협상에 대한 절차가 진행중임에도 이를 공표하지 않아 관련업계가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비준 동의 등을 거치지 않아 초법적인 결정을 강행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려운 내우외환의 상태다.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와 농수축산물 등은 말 그대로 발등 위에 떨어진 불똥이다. 실익을 챙기고 피해를 최소화해야겠지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준 정부가 얼마나 상대적 우위에 설지는 미지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