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6개 사립대학들이 올해 거둬들인 입학금 규모가 24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입학금만으로 한 대학당 15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그 사용처를 들여다보니 80% 이상이 입학 관련 업무가 아닌 일반 운영 등을 위한 비용으로 집행되고 있었다. 교육부의 ‘4년제 사립대 입학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대학은 입학금 수입 중 44%를 일반 운영비로, 22%를 홍보비로 썼다. 입학 관련 고유 업무로 볼 수 있는 입학식 등 행사비와 MT 등 학생지원경비로 사용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입학금 사용처 항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교비로 지출해야 할 비용을 입학금으로 충당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학생들은 입학금 즉, 사립대 진입비로 평균 77만원을 지불한다. 입학금 자체만 놓고 보면 60만 원 이상을 덜 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간 대학은 사용내역, 산정 근거, 금액의 적정성 등에 대해 쉬쉬했다. 교육부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전국 사립대 가운데 76곳은 단순 총액만 공개하거나 아예 회신을 주지 않았다. 입학금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사실상 꽁꽁 싸매는 데 급급한 사립대가 자초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원광대의 입학금 인하 계획은 의미가 있다. 원광대는 OT 비용과 교육 자료비 등 입학업무에 필요한 최저 비용을 추산한 결과, 입학금을 현재의 20% 수준인 11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립대들은 이에 동참해 부풀려진 입학금을 실제 비용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종의 고정수익이라 할 수 있는 입학금은 등록금 상한제 도입 후 주머닛돈으로써 대학엔 요긴했지만, 학생 및 학부모들에겐 납득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 등이 규정의 전부인 입학금은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명분이 없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비용을 징수하는 편법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