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내용이 담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국민은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전 전 대통령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회고록’은 지난 4월 출간됐습니다. 회고록 1권에는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문장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이다’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 ‘광주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았다’ ‘전두환은 5·18 사태의 발단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등 33개의 허위 사실이 그것입니다.
5·18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는 지난 4월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광주지법은 지난 8월 해당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죠.
회고록은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재출간됐습니다. 문제가 된 33개 문장은 편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구절들은 검은색 잉크로 덧씌워졌습니다. 그리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한 삭제’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가 된 부분을 일단 삭제하고 다시 내놓기로 했다”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민단체는 전 전 대통령 측 태도에 반발했습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15일 “마땅히 폐기 처분해야 할 ‘역사 왜곡서’를 색깔만 덧칠해 내놓는 것은 또 한 번 역사에 죄짓는 행위”라며 “지난 4월 구성된 전두환 회고록 왜곡대응특별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2차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5·18 광주 학살 주범인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재출간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을 향해 다시 총부리를 겨눈 것”이라며 “전두환 회고록이 있어야 할 곳은 시중 서점이 아닌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 4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회고록은 자기 합리화를 위한 지독한 역사 왜곡”이라며 “그는 총칼로 광주를 짓밟은 학살의 책임자이고 이미 법정에서 군사내란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 역시 “종이가 아깝다” “나무야 미안해” “국민이 용서해 줬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전 전 대통령은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등 의견을 보탰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민주화운동이 자신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는 민주화운동 당시 최초 발포 명령자로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을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서울고법은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80년 5월25일 계엄사 회의에 참석한 것은 물론, 작전을 최종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지난해 5월 전두환 정권 시절 보안사령부가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그가 계엄군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하는 자위권 발동 결정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진상 조사가 진행될수록,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학살의 책임자라는 점은 명백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회고록에는 이 같은 ‘진실’이 빠져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검은색 잉크 뒤편에 가려진 그의 속마음을 국민이 모를 리 만무합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