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400년 전 엄청난 튤립 파동을 겪었다. 튤립의 뿌리 하나에 1억6000만 원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격에 도달했다. 400여 년 전 돈 단위를 현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튤립 하나가 그 당시 숙련된 장인이 1년 동안 벌 수 있는 수입의 10배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튤립의 가격 상승 광풍은 1637년 2월 어느 날 갑자기 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되면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400년 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런 튤립 광풍을 정신 나간 옛날 이야기 중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에도 우리는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17세기의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우리도 수익이 나는 곳에 돈을 투자 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지만, 2000년대 전 세계에 몰아 닥쳤던 부동산 투자 열풍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부동산 투기 열풍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거품의 생성과 몰락 과정은 튤립 광풍과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
튤립의 거래가 중단되고 폭락한 후에 튤립의 증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파산했다는 것을 알았던 것처럼, 집을 사 줄 구매자가 더는 없어졌을 때 그들은 파산에 임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평균 가격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어떤 부동산 업자들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뉴욕이나 도쿄에 비교하면서 아직도 싸기 때문에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전망이 달콤하게 들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선동을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이야기 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잉태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아파트는 평당 1억이 넘는다. 땅값을 제외한 아파트 평균 건축비가 550만 원인 것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차액이고, 건축비를 제외한 나머지 9,500만 원이라는 가격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물건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시장참여자인 수요자, 공급자 모두 합리적이라는 기본 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튤립 파동에서 보듯이 모두가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다. 항상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게 되고 종종 욕심은 인간의 합리성을 해치기도 한다. 상품의 기본적인 사용가치를 넘어서서 새로운 허상의 가치가 창출될 때 위험이 잉태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품은 꺼진다’는 정설을 생각하면 기본 사용 가치를 지나치게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가격의 형성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회귀하게 되어 있다. 튤립 파동의 막바지에 뛰어들어 현금화하지 못하고 파산하여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머나먼 400년 전의 사례만은 아니다. 글=신동민 머크코리아 R&A 컨트리헤드·경영학박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