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감은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자수첩] 국감은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7-10-19 05:00:00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와 행정부를 상대로 사안과 업무집행 등에 대해 잘못된 사항을 밝혀내는 절차다.

국회는 해당 위원회에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증인, 감정인, 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은 원활한 국감의 수행을 위해 부여된 것으로 정치적 공작 또는 망신주기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으로 채택됐다. 정무위는 함 회장 증인채택이유에 대해 라면값 담합일감 몰아주기의혹을 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증인채택이다. 라면값 담합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마무리된 사안이다. 

2012년 공정위는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 등 라면 4개사가 9년 동안 라면제품 가격을 담합했다며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취소판결했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오뚜기로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족쇄다.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 5913억 중 99.64%5892억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상미식품, 알디에스 등 계열사 내부거래비중도 63%에서 많게는 97%에 달하지만 범법은 아니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기 때문이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지언정 법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증인채택과 관련된 이유 중 하나는 무죄, 다른 하나는 법적 책임이 없는데도 한 기업의 수장을 국감장에 세운다는 것은 다른 의도를 의심케한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로부터 특별히 예쁨받는기업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장치로 보기도 한다.

그간 기업 CEO 등 수장들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기본적으로 좋은 일로 부르는 것이 아닌 데다 해명과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방적 난타에 노출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국감 증인을 ‘조리돌림에 비유하기도 했다. 죄명을 큼지막하게 쓴 칼을 목에 씌우고 저잣거리를 돌면서 망신을 주던 옛 관습과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감은 말 그대로 국회의 대 정부 견제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감사다. 문제가 있고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다른 의도가 개입된다면 부적절한 권력남용에 불과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감이 의원 스스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나 또는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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