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역의 랜드마크인 ‘삼진어묵’이 운영 3년만에 자리에서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항상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삼진어묵이 도대체 왜 폐업을 하고 그자리에 이름도 낯선 어묵집이 들어 앉았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에 관해 의구심을 가져 왔다. 나 또한 수개월 전 강연을 하기 위해 부산역을 찾았을 때,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기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최근 다수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삼진어묵이 재입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코레일과 삼진어묵 양측 모두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77㎡, 약 23평의 작은 매장에서 2016년 한 해 삼진어묵이 임대인인 코레일 측에 건너간 월세는 무려 37억 8628만원으로 알려졌다. 그해 부산역의 그 작은 어묵가게의 1년 매출은 151억4532만 원.
감히, 그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달 월세가 약 3억 원, 월매출은 13억 원.. 그야말로 코레일은 삼진어묵이라는 최고의 임차인을 만나 그동안 ‘횡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기야 삼진어묵은 그동안의 월세가 과하다고 판단하고 3차례에 걸친 재입찰과 한 차례의 유찰, 그리고 마지막 5번째의 입찰에서 떨어지고 만다.
당초 코레일에서는 이번 재입찰 1차에서, 월세의 기준을 매출 약 13억원에 매출수수료 25%의 기준안을 잡고 시작을 했다. 2016년의 매출 실적을 기반했다고 한다.
월매출 13억원을 잡았다는 것은 삼진어묵이 월매출을 그만큼 올리지 못해도 13억원의 2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무조건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올해도 월 3억 원의 월세를 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단독 입찰이었고 입찰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자신만만했던 코레일은 매출 10억원 기준의 23%의 매출 수수료(월세)를 끝까지 고수하는 삼진어묵에 밀리며 조건을 낮추기 시작한다. 삼진어묵은 심지어 4번재 입찰엔 참여를 포기하는 전략을 쓴다.
이처럼 유찰이 계속되자 마음이 급해진 코레일은 입찰가의 기준을 더욱 낮추었고, 삼진어묵 측은 마지막 입찰 시기에 최초 들고 나왔던 기준보다 오히려 더 낮은 9억 3000만원에 월수수료 22%라는 초강수를 띄운다. 이는 작년 지급해 왔던 월세보다 1억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때, 뜻하지 않는 복병이 등장한다. 바로 ‘환공어묵’. 이자리가 그동안 탐이 났을 것이다. 환공어묵은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5차 마지막 입찰에 참여해 월매출 기준 13억원과 수수료 26%를 써낸다.
상상해 보건데, 삼진어묵과 코레일 측은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격이 아닐까. 이번에 입점한 이 새로운 어묵가게는 벌써부터 기대 이하의 매출에 코레일측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장사가 부진해도 지급해야 하는 ‘3억원이 넘는 월세’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장사는 자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치나 역사와 전통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삼진어묵도 그렇다고 봐야 한다.
이렇듯 일부에서 적용되고 있는 이른바 ‘미니멈 개런티’. 즉, ‘최저 월세보장제’ 식의 월세 지급방법과 매출대비 수수료의 지급 방식은 자칫 위험천만한 운영방식일 수 있다. 물론 최저 월세 보장의 금액이 낮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난 여기서 이러한 생각을 해 본다. 최저가 있다면 최고의 월세 상한금액도 잡아주어 임차인이 더욱 열심히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다.
이번 이러한 웃지도 못할 상황을 지켜볼 때, 앞으로 코레일측이 볼 손해는 계산해 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삼진어묵도 대전역의 ‘성심당’과 같이 부산을 알리는 대표적 ‘민간 홍보 기업’으로서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 느껴진다.
결국 임대인인 코레일과 임차인인 삼진어묵, 환공어묵 모두에게 상처가 남은 아쉬운 ‘자영업의 비애’로 마무리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글=이홍구 창업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