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면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모 의사의 말이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가는 의료기관이다. 의료법은 요양병원의 입원대상을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및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의 회복기 환자로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로 규정, 요양병원의 역할을 요양과 치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요양병원의 정체성을 고려한다면, 요양이 아닌 ‘치료’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같지만 현실에서는 ‘요양’에 더 기울어진 모양새다.
실제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경쟁관계다. 환자 및 입소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요양시설 이용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요양병원의 가격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여기에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치료행위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는 등 열악한 운영 환경에 놓여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양병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5년 203곳이었던 요양병원은 2017년 현재 1410곳으로 약 700% 증가했다.
일부 여력이 되는 요양병원은 고급화 전략을 통해 비교적 많은 환자가 쏠리고 있지만, 이런 곳마저도 ‘원가절감’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어떻게 원가 절감을 할까. 시설과 설비에 드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기저귀 등 소모품은 되도록 아껴 쓰고, 낮은 임금의 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고, 프로그램 등 부가서비스는 줄인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는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모 의사는 “많은 요양병원이 얼마되지 않은 적은 이익을 내기 위해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내는 구조에서 이러한 문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요양병원의 의료수가를 보전해주거나 간병비를 추가 지원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요양병원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입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장기요양등급자의 건강보험 적용 요양병원 입원현황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자의 35.6%가 180일 이상 입원하고, 18%가 361일 이상 오랜 기간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등급 없이도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사회적 입원 환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화되는 고령화로 향후 건강보험재정 긴축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보다 시급한 것은 요양병원의 정리이지 추가 지원이 아니다. 요양병원의 근본적인 역할인 ‘치료’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 입원 환자의 치료가 완료되면 곧바로 퇴원시켜 지역사회나 요양시설로 보내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또 늘어나는 요양병원의 수를 통제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함은 확실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더 이상의 요양병원은 필요없다’는 사람과 ‘요양병원을 살려달라’는 사람 중 어느 편의 주장이 더 간절하게 들릴까. 앞으로의 정책 결정이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야기에 휩쓸려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