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호실’의 주인공 두식(신하균)과 태정(도경수)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 그런 그들이 일탈하고, 일상에서 끌려나오는 이유도 다름아닌 그놈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사실 두식이 영화 속에서 처한 문제들은 내게 너무 낯선 일들이었다”고 말했다.
“두식은 평범한 대학을 나와서 평범하게 취직해서 직장을 다니다 때려치우고 야채가게를 차렸어요.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운이 안 좋아서 가게도 잘 안 됐고, 그러다 보니 이혼했고, 혼자서 아무것도 안 하기 뭐하니 전세금을 빼고 DVD방을 차린, 그야말로 평범하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죠. 그러다 보니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평범한 사람인 만큼 맞닥뜨리는 사건들에 관해 캐릭터가 가지는 감정의 진폭이 정말 크거든요.”
두식이 대면하게 되는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평범한 사람이 시장 조사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을 때 겪는 자금난과 경영문제, 부동산 문제. 배우로만 살아와 보증금이 뭔지, 권리금이 뭔지도 모르는 신하균에게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전 현실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난제였다. “보증금 얼마에 몇천만원을 까고, 하는 대사가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부동산업자로 나오시는 김종수 선배와 둘이서 ‘이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말해야 해?’하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이번 기회에 크게 공부했죠.”
“그러다 보니 이 인물이 놓인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법을 함께 연구한 셈이 됐어요. 사실 두식은 일반적 시선에서 보면 비호감이에요. 섣불리 자영업에 뛰어들어놓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애꿎은 알바생에게 줘야 하는 월급을 밀리기나 하고. 상황에 매몰되다 보면 사람이 그렇게 되죠. 그렇지만 반면에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인 모습도 많아요. 아이같거나 소년 같은 모습도 있고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지는 않잖아요? 다양한 모습이 섞여있는 두식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다고 해서 ‘7호실’의 두식만이 유독 신하균에게 어렵거나 불편한 역은 아니었다. 모르는 것도 연기하는 것이 배우이고, 직접 경험 없이 연기한 역할들은 17년 전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숱하게 많았다. 다만 배우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
“편한 역할은 별로 없어요. 모든 작품은 항상 불편하게 시작하죠. 예전에 제가 선배 배우에게 받은 조언이 있어요. 고민을 많이 하고 힘들게 연기할수록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안정되고 편안하게 연기할수록 관객 반응은 안 좋더라고요. 그런데 매번 불편해하고 고민하면서도 재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참 쉽지 않아요. 하하.”
“데뷔 당시 그렸던 제 청사진과 지금의 제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서 좋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한 사랑을 받는 것 같기도 하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막연히 영화가 좋았을 뿐인데, 이제는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아직도 제가 좋거나 훌륭한 배우라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고,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먹고 살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더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7호실’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15세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