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감독 장창원)은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치는 주인공을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다.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는 다양하게 변주돼 온 장르인데다 영화의 모티브 또한 그간 여러 번 회자된 조희팔 사건인 만큼, 독특한 지점을 찾기는 어렵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현빈 또한 “식상함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꾼’ 시나리오를 받을 때, 이미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여기저기서 제작 중이었어요. 그렇지만 ‘꾼’의 시나리오와 다른 작품을 비교해봤을 때, 진행 방향이나 결론이 전혀 달라서 안심했죠. 모티브만 같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거든요. 사건을 헤쳐나가는 사람들, 목적, 해결 방법과 결말. 모두 달랐기 때문에 걱정 없이 찍었어요. 물론 반전이 주는 재미도 있었죠. ‘꾼’속 각 캐릭터가 가진 사연이 분명하고 상황이 주는 재미도 있었어요.”
최근 현빈이 선택하는 영화들은 이전 필모그래피와는 확 달라졌다. ‘공조’와 ‘꾼’. 모두 영화계에서는 무난히 팔릴 법 하지만, 그간 현빈이 골라왔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성향이 다르다. ‘혹시 군 입대가 필모그래피 변화의 주 요인이냐’는 말에 현빈은 “그런 것은 아닌데 시기적으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제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작품을 보고 여운이 남거나 메시지 있는 작품들을 더 많이 선택했던 거 같아요. 물론 그걸 염두에 두고 선택한 건 아니고, 그저 제 취향이었어요. 지금도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좀 다른 것을 도전한다는 차원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생각해 보자면, 최근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많았잖아요. 관객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두 시간 동안은 머리를 비우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현빈이 늘 고민하는 지점도 비슷하다. 본인의 취향과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다. 물론 꼭 ‘바뀌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품을 하고 있지는 않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좀 더 모두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는 일할 때 ‘왜?’라는 질문을 평소에 많이 해요. 스스로에게도 하고, 회사 사람들에게도 하죠. 일을 하면서 ‘왜?’라고 제가 이유를 물었을 때 바로 대답이 오지 않거나, 대답이 온다 하더라도 그 답이 만족스럽거나 타당하지 못하면 그 일은 하지 않아요. 납득이 안 되는 일은 안 하는 거죠. 저도 납득하지 못하는 일을 해서,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가지치기 하라’라는 말을 좋아해요.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위해 꾸준히 곁가지를 잘라내가면서 집중하면 그 목표가 점점 구체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뜻이죠. 하고싶은 것이 있으면 저도 점점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결과를 향해 나아가요. 그러다 보면 뭔가는 제가 얻어가더라고요. 포커스를 한 곳에만 맞추고 있으니 그 쪽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고, 결국은 목표가 이뤄지는 식이죠.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렇고, 사람 현빈의 생활도 그래요. 다른 후배들에게도 굳이 뭔가 이야기해줘야 한다면, 가지치기를 잘 하라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꾼’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