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을 안 한 은행이 가끔씩 대출문자를 보낸다. 수신거부를 해도 일이 반복되자 항의전화를 했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무작위로 숫자를 눌러서 문자를 전송한 거라고 했다. 찍힌 번호는 영업사원 업무용 번호라고 둘러댔다.
나중에서야 시중은행을 사칭한 금융 사기란 걸 알았다. 해당은행에 문의를 해보니 담당자도 같은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정식 명칭을 쓰지 않거나 알파벳 철자를 교묘하게 바꾼다. 특히 외국은행을 사칭한 경우가 많은데 가령 ‘SC제일은행’을 ‘SC은행’으로 보내거나 ‘citi bank’를 ‘city bank’로 보내는 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출된 개인정보는 5300여만 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계정을 해킹당하거나 공용 계정을 사용한 경우 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는 경우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개인정보가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유출된 정보는 범행타깃이 된다. 가장 우려되는 건 금융사기다. 사기범들은 연락처로 전화나 문자를 보내 불법 대출을 유도하고 돈을 빼앗은 뒤 자취를 감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불법사금융·유사수신 등으로 생기는 피해규모는 연간 27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사기를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다. 정확한 정보 유출 경로를 알 수 없고 사기범들이 개인정보를 어떤 식으로 수집하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문자나 전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선 궁여지책으로 제보가 들어오면 범행에 쓰인 번호를 더 이상 쓰지 못하게 하거나 녹취 파일을 공유하는 게 전부다. 사실상 후속조치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출광고를 금지해버리면 일부 금융권 영업행위를 방해하는 셈이 돼 논란이 일 수 있다.
결국 스스로가 정보 노출을 자제하고 조심해야 한다. 또 사기유형을 숙지하고 녹취를 들으면서 범행을 분간하는 수밖에 없다. 보이스피싱 예방 앱이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큰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서울시와 6개 주요은행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사기 피해예방에 나섰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