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을 만난 건 지난 23일이었다. 허 행장은 이날 취임인사 차 금융위원회 기자실을 방문했다. 허 행장은 앞서 대변인실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홍섭 KB금융지주 전무가 동행했다.
허 행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빳빳한 새 명함을 돌렸다. 앞면은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만 간략히 적었다. 뒷면은 영어다. 영문 이름 ‘Hur Yin'이 눈에 들어왔다.
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단모음 ‘ㅓ’는 ‘eo’로 적는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Heo'다. Hur는 보기 드문 단어다. 우즈베크어 사전을 보면 ‘자유로운’ ‘속박 없는’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대로 풀이하면 ‘자유로운 인’ 또는 ‘속박 없는 인’이다. 발음도 ‘후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얼굴인 명함에 일부러 ‘오타’를 쓰진 않았을 터. 성을 이렇게 쓴 이유가 궁금했다. 은행 측에 물었더니 ‘발음이 나는 데로 적었을 뿐 별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에서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건 허 행장은 오래전부터 영문 이름을 ‘Hur'로 써왔다는 것이다. 비서실에 따르면 부행장 시절부터 허 행장을 보필한 사람이 영문표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 이름을 놓고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 다만 리딩뱅크 자리다툼이 치열한 은행권에서 신임 행장 행보는 매순간 관심 대상이다. 허 행장이 ‘이름’처럼 상식과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 파격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허 행장은 요즘 바쁘다. 내부 조직구성과 곧 있을 인사 준비로 집무실에 한시도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직 분위기 쇄신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허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노조 사무실로 달려가 노조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또 내년도 사업구상을 위해 머릴 싸매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