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청원 답변과 관련, 천주교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는 27일 공개 질의서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며 청와대에 사실을 바로잡아 줄 것으로 촉구했다.
천주교는 청와대의 답변에 대해 “교황이 낙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이는 국민에게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착각을 하게끔 하며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도 “(청와대가 인용한 교황의 발언은) 지난 2013년 8월19일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이야기”라며 “가톨릭교회가 교리를 선포할 때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선포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교황은 해당 인터뷰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가톨릭교회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및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을 위한 청원글이 올라왔다. 찬성이 23만건을 넘자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청와대 페이스북에서 보도자료와 동영상을 통해 “오는 2018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태아 대 여성’, ‘전면금지 대 전면허용’ 등의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영상= 청와대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