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랑의 온도’는 초반부터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서현진-양세종-김재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이었다. 유독 조연들의 캐릭터가 잘 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이현수(서현진)의 보조작가 황보경(이초희)은 후반부로 갈수록 김준하(지일주)와의 러브라인이 부각되며 주목받았다.
이초희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의 온도’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황보경 캐릭터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황보경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좋았다는 얘기였다.
“맨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배우들의 감정선이 중요한 사랑 얘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또 서현진 언니가 캐스팅 됐다는 걸 듣고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황보경은 속이 깊고 묵묵히 열심히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배려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에 메인 작가님(황석정)이 속이 안 좋으셔서 경이가 다 불은 라면을 끓여드리는 장면이 있어요. 작가님이 ‘라면이 이게 뭐니’라고 하니까, 경이는 ‘속이 안 좋으시다 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어요’라고 하죠. 그건 작가님이 미워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잘못 끓인 것도 아니에요. 정말로 작가님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끓인 거죠. 그런 점이 독특해서 참 좋았어요.”
황보경의 독특한 사투리는 드라마 속 그녀의 색깔이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투리를 쓰는 설정은 아니었다. 대본을 받고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초희가 사투리 설정을 직접 건의했다.
“전 경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사투리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경이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예대를 갓 졸업하고 보조 작가로 일하고 있는 아이로 설명돼 있었거든요. 그래서 경이가 서울에 와서 사투리를 고쳤는지에 대한 문제도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자들은 서울말로 잘 고치는 편이니까요. 5년 전에서 현재 시점으로 넘어오면서 서울말을 쓸까 고민하다가 끝까지 사투리를 쓴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드라마 내내 이초희를 사랑받게 한 것도, 가장 힘들게 한 것도 사투리다. 사투리와 씨름하는 것이 힘들어 ‘내가 사서 고생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경이는 고집이 세다기보다는 꾸준히 노력은 하는데 그렇게 빠르진 않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본인은 노력하는데 더딘 느낌이죠. 그래서 일부러 서울말도 아니고 완벽한 경상남도 말도 아닌 애매한 사투리를 썼어요. 그런데 이게 사투리를 못하는 배우가 어설프게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걱정이었어요. 촬영하면서도 더 사투리 쪽으로 기울어야 하나, 서울말로 기울어야 하나 자꾸 고민이 들더라고요. 감독님도 그걸 걱정해주셨고요. 다들 모르셨겠지만 드라마 중간에 혼자서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처음엔 ‘내가 사서 고생했구나’,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나중엔 사투리 덕분에 사랑받았다고 생각했지만요.”
이초희는 ‘사랑의 온도’에 대해 “모시조개국 같다”고 말했다. 요즘 드라마답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란다.
“전 ‘사랑의 온도’는 모시조개국 같다고 얘기해요. 요즘엔 사건·사고가 많고 전개도 빠른 드라마가 많잖아요. 대부분 이야기도, 플롯도 많고 스케일이 크죠. 하지만 ‘사랑의 온도’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얘기예요. 엄청난 설정도 없고요. 그래서 저희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 사건인 드라마라고도 하더라고요.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