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됐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격려·위로·포상 목적으로 제공한 금품인지 여부는 제공자의 의사뿐 아니라 수수자와 제공자의 직무상 관계, 제공된 금품의 종류와 가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찬 성격과 경위와 시기, 장소, 비용 결제자금의 원천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위로·격려 목적으로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음식물은 청탁금지법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수수 금지 금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만찬을 제공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법무부 과장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 관계에 있으므로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에는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을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재판부는 “음식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즉 피고인이 제공한 금전 부분은 그 액수가 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단지 수수 금지 금품의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해당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현금 100만원과 9만5000원 상당의 식사 등 총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며 ‘100만원 초과 금품’을 초과한 혐의로 기소했다. 결심공판에서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청탁금지법에는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혐의에서 음식값을 제외,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행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이끌었던 이 지검장은 지난 4월21일 특수본 검사 6명과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 및 법무부 과장 등과 식사를 하며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9만5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안 전 국장은 앞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1000차례 이상 통화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면직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