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엔총회는 21일(현지시각) 특별 본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가입국이 예루살렘 지위를 두고 어떠한 결정도 거부한다는 게 골자다. 또 미국의 독단적인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각국 대사관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예루살렘 결의안은 128개국 찬성, 9개국 반대, 35개국 기권으로 가결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각국, 중국과 일본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아랍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해 터키와 예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공식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명령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인의 성지로 추앙받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아랍권 국가들은 예루살렘을 쟁탈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쟁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이후, 이에 대한 반감으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예루살렘 결의안의 통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은 더 심화된 양상이다. 이스라엘 수도 선언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 세금 및 통상 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며 독주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경제·무역 분야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제안한 세제개편 법안이 20일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10년간 1조5000억 달러(한화 1630조원) 감세가 주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주요 5개국인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중시한다며 반발했다. 5개국 재무장관은 공동명의로 스티븐 미 재무장관에게 “미 세제개편안은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고,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개편안이 입법될 경우, 미국에 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2일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공식 탈퇴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준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에 등을 돌렸다”며 “미국은 지구의 미래에 있어서도 실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대외 원조 예산 대폭 삭감,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선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위협 등을 통해 미국은 고립을 심화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미국 언론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나 홀로 행보’는 국제무역시장에서 미국을 고립시킬 위험을 돋보이게 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북핵 도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결집을 주장하면서도 통상에서 독자 노선을 가는 것은 아주 모순된 요구”라고 평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