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현장에서 작업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 정부가 나서서 종합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장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그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을 하루 빨리 개선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1명이 목숨을 잃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수원시 영통구 하동 SK뷰 레이크타워 신축 공사현장으로 SK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경찰 및 SK건설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지하 2층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산소 절단기로 철골 구조물을 해제하던 중 불꽃이 주변 단열재 등 가연물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불티 비산방지나 방화포 등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하다가 주변 가연물로 불이 옮겨붙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용접사고의 경우 건설 현장의 화재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과연 작업자들이 안전 수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 사건 뿐 아니라 전국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등 안전보건관리가 소홀했던 사업장 748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건설업(401개소, 53.6%)에 해당했다. 관리 소홀 분야 중 최다를 차지한 중대재해(635개소)의 대부분도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총 372개소의 사업장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매번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후속 조치 마련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사고 발생 후에 일부 후속 조치만 처리하고 나면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 매년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설현장의 사고건수와 재해자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고는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또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놔도 정작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식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의 문제와 함께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를 경시하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결합돼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건설현장 사고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안전보건관리가 불량한 사업장은 엄정한 사법처리 등을 통해 강력히 제재하고,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도․관리해야 한다. 또 실제 건설현장에서도 안전관리 감독을 철저히 이행해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