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북한에 유류를 공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중국이 유류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북한과 중국 간 유류 밀거래 의혹과 관련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 들어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현행법으로 딱 걸렸다”며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 국방부는 이날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유류 공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의혹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언급한 상황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6일 서해 공해상에서 북한과 중국 선박들이 유류 등 화물을 해상에서 밀거래 하는 현장이 미국 정찰위성 등에 잇따라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지난 10월 북한 선박 ‘례성강 1호’가 서해상에서 선박 간 짐을 옮겨싣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선박 간 환적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중국의 미지근한 대북 제재를 두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이 북한의 핵 도발 포기와 비핵화를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행 원유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요구였다. 니키 헤이리 유엔주재 미 대사 역시 지난달 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유관 대북 결의를 집행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원칙 아래 유관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9일 “중국은 (대북 제재를) 할 만큼 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에 더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행 원유공급 차단을 두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북한에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일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북 통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차단하면 북·중 관계 악화는 물론, 향후 한반도 상황 관리자로서 역할은 어렵게 된다. 또 일각에서는 한반도 정세를 두고 중국이 미국에 끌려가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 진창이(金强一) 옌볜대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송유관을 잠그지 않는 것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북 제재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미·중 관계 추이에 따라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