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 39개월, 34개월. 공주대와 방송대, 전주교대에서 빚어진 총장 공석 기간이다. 이들 대학의 ‘공석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학사일정, 학교사업 등 전반에 걸쳐 활동의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총장 없는 대학이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거나 실현하기 쉽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다. 추진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대학가에 위기감이 드리워진 시점임을 감안하면 손에 땀을 쥘 일이다.
그나마 교육부가 지난해 8월 임용 개선안을 통해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당시까지 총장이 없던 대학 9곳 중 5곳은 최근 신임 총장을 세웠다. 15개월째 공석인 광주교대의 경우 교육부의 후보자 재추천 요구에 따라 재차 선출 작업에 들어가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주대, 방송대, 전주교대는 기존 1순위 또는 1·2순위 후보자가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장기 공석의 후유증으로 인해 교수·학생·노조 간 견해차가 일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공립대 총장의 빈자리가 이렇듯 장기 국면에 접어들게 된 과정에는 지난 정부에서 이어진 일방적 ‘승인 불가’ 통보가 있다. 대학들은 절차에 따라 총장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명 제청을 거듭 거부했다. 임명 제청 여부를 가리는 절차마저 수개월 간 미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참다못한 학생들은 이준식 전 교육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소했고, 교수들은 임용 거부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장으로 앉히고 대학을 길들이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8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총장이 없어 야기되는 혼란은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기약 없는 공석 사태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된 결론만을 기다리는 교육부가 이제는 팔짱을 풀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학 구성원들도 총장 선출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의 골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길게는 4년 가까이 수장 없이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내부 대립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아낄 수 있었으면 한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