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 회장은 공기업 수장이 아니다

[기자수첩] KT 회장은 공기업 수장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8-01-15 05:00:00


황창규 KT 회장, 1989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삼성 반도체 신화’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그 역량을 인정받아 2014년 3월 KT 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황 회장은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중 황 회장 명의가 포함돼 있다거나, 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 대한 KT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 등이 연이어 매스컴을 탔다.

정치권의 황 회장에 대한 공격은 노골적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KT의 ‘국정농단’ 연루 사건을 들며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여권에서도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황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불거진 바 있다.

일련의 의혹은 황 회장을 ‘적폐’로 몰아갈 수 있는 내용이며 황 회장 연임 등에 적극 반대해온 KT 새노조 측을 중심으로 적극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본격적으로 ‘황창규 교체설’까지 이어졌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전 정권의 요구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난 2016년 말 본격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 KT가 최순실씨 소유 광고사에 일감을 주고 특정 인물을 채용한 부분도 질타를 받았다.

당시 황 회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회장에 취임했다는 점 등 때문에 전 정권과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추궁 받았고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까지 몰렸다. 정권 교체와 함께 물러날 대표적 인사로 꼽힌 것이다.

황 회장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는 ‘공기업 성향’이 남아 있는 KT 수장 자리가 정권의 ‘입맛’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세간의 인식이 깔려 있다. 포스코와 함께 완전 민영화를 마쳤음에도 공기업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권 교체 시기마다 수장이 교체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결국 KT의 국정농단 연루 건은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행위였다는 점이 인정돼 ‘무혐의’로 결론 내려졌다. 황 회장은 법원에서 당시 청와대 요구에 대해 ‘수준 이하의 제안이었다’고 진술하는 등 경영자로서 곤란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이 회장 차명계좌는 2000년대 초 삼성 사장급 임원 대부분의 이름이 포함돼 황 회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던 사안으로 본인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불법 정치자금 지원 의혹은 내사단계에 있을 뿐 아직 본격 수사 대상 혐의가 아닌 상태다.

황 회장에 대한 의혹은 뚜렷하지 않은 반면, 그가 재임 기간 이룬 성과는 비교적 분명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매출 23조2284억원, 영업이익 1조495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 전년 대비 매출 2%, 영업이익 4%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황 회장 부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거친 KT는 2015년부터 6%대 영업이익률을 보여 2013년 3%대 대비 2배 이상 개선된 결과를 거뒀다. 또 2016년 그룹사  매출 9조2600억원, 영업이익 4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18.9% 성장도 달성했다.

지난해 황 회장은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 분야의 ‘5대 플랫폼’을 집중 육성해 2020년까지 KT의 비(非)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20~30%까지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보다 가깝게는 다음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 본격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퀄컴, 인텔 등이 속한 국제 협의체에서 5G 표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일련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KT 회장직을 다시 맡았다. 일각에서는 그런 그에게 ‘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붙여 도마 위에 올리려 하고 있다.

공기업에서도 인사에 정권에 입김이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물며  능력을 검증 받은 민간 기업의 경영자가 뚜렷한 근거 없이 정치적 공세로 인해 물러나게 된다면 또 다른 구태이자 적폐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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