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끝내 단일팀… 자가당착에 빠진 文 정부

[옐로카드] 끝내 단일팀… 자가당착에 빠진 文 정부

끝내 단일팀… 자가당착에 빠진 文 정부

기사승인 2018-01-18 12:19:42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협상 피해자를 배제한 채 일본과 합의해 논란을 빚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를 배제하고 한일이 서로 요구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한 것이 잘못”이라며 위안부 협상을 파기했다.

근래 묘한 기시감이 있다. 정권이 변해도 당사자를 배제한 일처리 방식은 그대로였다. 끝내 단일팀이다. 정부는 현장과 여론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강행하기로 했다. 

소통을 강조한 문 정권이지만 이번만큼은 불통이다. 현장과 스포츠 관계자의 반발에도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아이스하키에 무지한, 그리고 선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발언들로 빈축을 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선수단 23명을 유지하고 북한 선수들을 플러스 알파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아이스하키는 2분 간격으로 교체가 이뤄져 선수들이 출전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 장관의 말처럼 엔트리를 늘리긴 쉽지 않다. 주변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이스하키는 체력소모가 매우 큰 종목이다. 엔트리를 늘려달라는 요구는 국가 간 공정성과 형평성을 깨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이런 이슈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스위스 아이스하키협회는 한국 측의 의견을 전달받곤 “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 가까워진다면 세계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엔트리를 늘린다고 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라인업마저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정상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는 22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종 출전 선발권의 전권을 새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에 일임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단일팀의 상징적 의미에 집중하는 정치권의 정서상 국내 선수들의 출전권이 일부 박탈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 머리 감독은 지난 16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바란다”며 정치권의 개입을 경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에 있지 않다”는 말로 공분을 샀다. 이는 자칫 올림픽 정신이 메달에만 근거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위험하다. 또 메달권이 아닌 종목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희생해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는 17일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만나 “비인기 종목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남북 선수들이 함께 뛴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명장면을 위해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비판과 논란을 애써 ‘주목’으로 치환하는 행보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일처리는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평창이라는 무대에서 뛰기까지 갖은 고초를 견뎌냈다. 자국에서 최선의 경기력으로 국민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정부에 의해 ‘무임승차’하는 북한 선수들에 기회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메달권이 아니라고 해서 꿈의 크기마저 작은 것은 아니다.

고집을 내려놓고 국민들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SBS가 지난 9일 실시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2.9%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청원이 벌써 100건 이상 올라왔다. 무리한 강행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먼저가 아닌 치적 쌓기가 우선시 된 지금의 상황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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