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 함정이 중국해역 인근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 이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 중·미 간 안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부는 21일 미 해군 알레이 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호퍼함(DDG-70)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을 맹비난 했다. 이 작전의 핵심은 중국의 남중국화 군사기지화를 저지하기 위해 미 해군이 군함을 파견해 견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자체 방송을 통해 “미사일 호위함 황산(黃山)함이 호퍼함을 식별 조사, 경고한 뒤 쫓아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중국 국방부는 중요 현안과 관련한 입장 표명 시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 대변인이 군복 차림으로 방송에 나와 직접 입장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 중국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도 미 군사 작전을 비판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미 군함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며 “미군은 관련 해역에서 정상적인 공무 활동을 하던 중국 선박과 인원의 안전에 엄중한 위협을 끼쳤다”고 항의했다.
호퍼함은 지난 17일 스카보로 섬(중국명 황옌다오) 인근 12해리(약 22㎞) 안쪽까지 진입해 군사 작전을 펼쳤다. 스카보로 섬은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이다. 지난 2016년 7월 중국·필리핀 중재 재판소는 “스카보로 섬 인근 남중국해와 관련,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를 진행했다.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군함을 보내 훈련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2015년 10월 라센함(DDG-82)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군도) 제도에서 항해의 자유 작전을 처음 시작했다. 미국은 이후 9차례 군사 행동을 전개했다. 중국은 최신 함정을 기동해 미 측에 응전해왔다.
앞서 중국은 미 국방성은 지난 19일 발표한 ‘2018 국가방위전략’ 보고서를 두고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런궈창(任國强)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성명에서 “미국의 국가방위전략 보고서가 중국 군대의 현대화를 터무니없이 논하고 있다. 또 사실을 왜곡해 중국으로 인한 군사위협을 과장 해석했다”며 “제로섬 게임과 대립·대결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논리로 가득 차 있으며 ‘냉전’ 색채가 농후한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미 국방성의 국가방위전략 보고서는 중국·러시아와 군사 전략 경쟁을 국방부 우선순위에 두며, 군대 증강을 모색하고 전쟁 대비 및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테러리즘이 아닌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이 오늘날 미국 국가 안보의 주요 관심사”라며 “중국 및 러시아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 국방부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사실상 냉전 시대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