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4년마다 도돌이표…빙상연맹,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나

[옐로카드] 4년마다 도돌이표…빙상연맹,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나

기사승인 2018-01-26 11:24:39

한국빙상연맹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지도자가 선수를 폭행했고,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선수가 등장하는 등 납득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쇼트트랙 대표팀의 간판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로부터 손찌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록이 나오지 않자 폭력을 행사했다. 충격을 받은 심석희는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이를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진상규명에 나서기는커녕 은폐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심석희가 이탈한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선수촌을 방문하자 “독감 때문에 불참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던 노선영은 23일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들었다. 목전에 둔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것이다. 

이는 연맹의 무능함에서 비롯됐다. 연맹은 팀 추월에 출전하는 선수 모두가 개인 종목 출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일어났다. 그러나 연맹은 “ISU가 잘못된 답변을 줬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노선영을 위해 항의 메일 하나만 ISU 측에 보냈을 뿐 적극적인 구제도 없었다. 노선영이 훈련을 거부하며 항의하자 진천선수촌 퇴촌을 강압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빙상연맹에게 조직 체계 개편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빙상연맹의 구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계 올림픽이 실시되는 4년마다 갖은 논란을 불렀다. 

특히 파벌과 관련된 문제는 빙상계의 해묵은 환부다. 빙상연맹은 2010년 쇼트트랙 짬짜미 파문으로 홍역을 앓았다. 파벌이 같은 선수끼리 서로 국가대표가 되도록 밀어주는 짬짜미가 은밀히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안현수(빅토르 안)가 러시아로 귀화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8년이 지났지만 ‘파벌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26일 ‘스포츠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노선영은 “팀 추월 남녀 대표팀이 한 번도 같이 훈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과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한체대 교수, 이승훈 김보름은 한체대 출신이다. 빙상연맹이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단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빙상연맹은 여자 선수 성추행, 선수 간 폭행, 미성년자 음주와 불법 스포츠 도박 등으로 구설수를 낳았다. 빙상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자에 징계를 내리는 등 투명한 운영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빙상연맹의 계속되는 병폐에 국민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 24일부터 25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빙상연맹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100건 넘게 올라왔다. ‘빙상연맹을 해체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미 1500개가 넘는 서명이 등록됐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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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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