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장혁 “‘돈꽃’으로 아직 뜨겁다는 것 확인…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

[쿠키인터뷰] 장혁 “‘돈꽃’으로 아직 뜨겁다는 것 확인…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

장혁 “‘돈꽃’으로 아직 뜨겁다는 것 확인…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

기사승인 2018-02-09 00:04:00


지난 3일 종영된 MBC ‘돈꽃’은 주말드라마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기획 초기부터 24부작으로 방향을 잡았다. 50부작이 기본인 기존 주말드라마와 16부작 평일 미니시리즈의 중간의 분량으로 드라마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주말드라마와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새로운 시도가 통한 걸까. ‘돈꽃’은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3%(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돈꽃’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한 끝에 23.9%의 높은 수치로 마무리됐다.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지난 8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돈꽃’의 주연 배우 장혁은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사건을 끌고 가는 캐릭터의 힘이 좋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2011년 SBS ‘마이더스’를 했을 때는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캐릭터는 참 좋았는데, 그 캐릭터가 사건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물을 표현하면서 채우지 못한 여백들이 많았죠. ‘돈꽃’에서도 캐릭터의 여백을 다 채웠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하지만 캐릭터가 사건을 끌고 갔다는 것에 만족해요. 강필주의 복수 그 자체가 아니라 복수의 이면에 있는 무언가를 그렸잖아요. 강필주는 언제든 복수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왜 복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 표현할 여지가 많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 점들이 드라마에서 잘 표현됐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남는 거라고 생각해요.”


‘막장’ 논란도 있었다. 미니시리즈 방식의 세련된 연출 스타일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재벌, 불륜 등 주말드라마 특유의 막장 요소가 눈에 띄었다. 그 덕분에 ‘명품 막장’, ‘웰메이드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돈꽃’을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장혁은 시청자의 설득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드라마에 그런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막장’은 ‘극단적인 것’과 의미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이 나왔을 때 말이 안 되면 막장이라 하고, 설득되면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돈꽃’을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하시는 건 설득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라서 극단적인 내용들을 묘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장혁은 ‘돈꽃’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순재, 이미숙 등 선배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들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연기에 대한 뜨거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제가 20년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미숙 선배는 40년, 이순재 선생님은 60년을 버티신 분들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SBS는 왜 생겼고, TBS는 어떻게 됐고, 연기는 누가 어떤 방향으로 해서 이렇게 온 건지에 대한 얘기도 해주셨죠.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지금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어떻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유지하고 계신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웠어요. 누구든 세월이 지나면 다른 색깔로 갈 수 있는데, 그걸 계속 유지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장혁은 인터뷰 내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이미숙이 해준 ‘연기는 3이고, 자세는 7’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연기에 대한 즐거움과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자세를 놓지 않아야 계속 노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배우는 대본을 보고 추상적으로 생각한 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춥고 잠을 못 잔 상황에서도 생각했던 걸 실행하는 배우가 돼야 하는 거죠. 현장엔 긍정적인 즐거움도 있지만 짜증스러운 즐거움도 있어요. 현장에서 집에 가고 싶은 이유를 말해보라 하면 저도 100가지, 1000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잠도 많이 못 잤고, 춥고, 의상도 안 맞는 것 같고, 정신적으로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부정적인 많은 이유 속에서도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한 가지 이유를 찾는 거예요. 그걸 찾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매일 매일의 싸움인 거죠. 이번에 ‘돈꽃’을 하면서 한 가지 확인한 게 있어요. 아직 제가 뜨겁다는 거예요. 처음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게 이번 드라마에서도 느껴졌죠.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는 그 이후의 문제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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