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이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사망 사건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던 4명의 아이가 사망한지 54일만이다.
병원 측은 아이들의 사망 책임 인정과 함께 사건의 원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유가족에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민·관 합동 TF에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각계 전문가들은 여러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의료시스템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와 의료인들의 고충도 터져 나왔다. 그 와중에 병원 화재 사건도 겪었다. 특히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오늘까지 47명으로 집계된다. 국민들은 몇 달 새 ‘환자안전’이 모래성 위에 쌓여있음을 목격한 셈이다.
앞으로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리는 아직 왜 아이들이 사망했는지 모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이들의 사망원인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추정된다고 지난달 발표했으며,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 그러나 감염 경로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먼저 사망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삼아 환자안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국민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아무리 큰 문제도 이슈에서 빗겨나간 이후에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사망 신생아들의 유가족들도 “아이들의 죽음이 허무하게 잊힐까 두렵다”며 가슴을 쳤다. 전문가들은 금방 끓고 금방 식는 이 ‘냄비 근성’이 집단주의적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개인의 독립성보다 집단의 감정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낡은 ‘우리’를 탈피할 때다. 신생아 사망사건과 같은 불의의 사고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안타까운 피해자를 위한 선의의 분노가 아니라,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이기적인 관심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길고 지루한 일이다. 답답하더라도 뚝심있는 리더가,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개개인의 ‘눈’이 필요한 때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