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푸른 눈의 손님이 늘었어요” 평창올림픽 개막 후 뜻밖의 특수 맞은 서울

[기획] “푸른 눈의 손님이 늘었어요” 평창올림픽 개막 후 뜻밖의 특수 맞은 서울

기사승인 2018-02-15 07:00:00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손님이 부쩍 늘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요식업을 하는 A(47)씨는 근래 상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한·중 관계 개선으로 한한령 일부를 해제했으나 단체관광객 유치의 중요한 축인 전세기·크루즈 선박 등의 규제가 여전한 터라 중국발 호황은 미미하다는 첨언도 있었다. 

평창올림픽 개막 후 서울 주요 관광지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 부쩍 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당초 경기장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할 거란 예상과 달리 서울-평창을 당일치기로 오가는 방한 플랜이 외국인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며 대회 관람 외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시청 인근의 한 호텔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기간 방이 모두 동났다. 현재 외국인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타 지역 행사로 이렇게 예약이 마감되는 건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뜻밖의 호황은 지난해 12월 경강선 개통으로 서울-올림픽 경기장간 이동이 보다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중 외국인들이 선택한 거점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대회 관람뿐 아니라 쇼핑, 문화 경험 측면에서 큰 매력이 있다.

서울역 ktx 안내직원은 “평창 당일 왕복권 구매를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로널드(네덜란드)씨는 “올림픽을 보기 위해 한국에 처음 왔다. 전통적인 문화들을 경험하고 싶어 서울에 숙소를 잡았다. 교통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서울에 머물고 있다는 캐나다 국적의 매튜 J씨는 “평창에 이틀동안 오갔다. 서울에 음식이 많기 때문에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국제대회 조직위 경험이 있는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넓은 땅에 사는 외국인은 1~2시간 이동거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강원권 교통 정비로 외국인이 경기장 인근에서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대표 관광지인 명동을 찾았다. 기자가 갈 당시 명동거리는 한한령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건 서양인 비중이었다. 명동역 인근 관광안내원은 “영문으로 된 가이드 책자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에 따르면 대회 티켓은 13일 기준 총 91만8000매가 판매됐다. 이 중 해외 판매량은 20만9000으로 22.6%에 해당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외국인 중 서양인 비율을 정확히 측정할 순 없지만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람객을 눈대중으로 어림잡아도 (서양인 비중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들의 소비패턴은 기존 ‘검은 머리 외국인’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옷 가게 점원 B(여)씨는 “중국 관광객은 색감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입어보지 않고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인들은 옷을 만져보거나 몸에 갖다 대 보는 정도로 둘러보다가 매장을 떠나곤 한다”고 말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식 음식점을 하는 요리사 C씨는 “서양인 비중이 부쩍 늘었다”면서 “요리를 주문할 때 세세한 요구가 많아서 색다르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발 매장을 하는 점장 D씨는 “손님은 늘었지만 매출에 큰 영향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 대비) 소비 패턴에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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