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항해함에 있어서 나침반은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자북극과 자침의 방향을 통해 현재 배의 위치를 가늠하고 올바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준다. 나침반이 없거나 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배의 항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농가간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개정안은 분뇨처리시설과 배출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축사에 대해 사용중지와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농가는 ‘해당 조건을 유예기간까지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니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5년 시행된 이 법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다음 달 24일 본격 시행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찬·반이 갈려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인 이완영, 홍문표, 김현권, 황주홍 의원은 무허가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2~3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축분뇨법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으로 농가에서 법 시행을 대비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법 자체에 미비점이 있어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의 경우 “가축분뇨 냄새로 인한 주민 불만이 상당해 무조건 적인 연장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의원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 이에 필요한 시간 정도는 보장해주는 정도로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제한적으로 찬성했다.
이러한 농가와 의원들의 주장은 한 가지 문제에서 기인한다. 바로 ‘지자체별로 유권해석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농가들이 이 무허가 축사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단순히 분뇨처리 시설 등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기 위해서는 가축분뇨법 외에도 건축법과 가축사육제한조례, 산지관리법 등 20여개가 넘는 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축사육제한구역은 5호 이상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을 비롯해 상수원 보호구역 등 법률에 따라 지정된 수변 구역 인근 300~500m 반경이다. 이 제한구역은 가축사육제한조례가 만들어지기 전 자리하고 있던 축사 역시 소급적용된다.
산지에 위치한 축사의 경우 먼저 축사 부지의 임야를 복구한 뒤 다시 산지 전용 허가를 받아 축사를 지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 보호조항이 있어 산지 전용 축사 허가와 복구의무면제 신청을 신청하면 임야 복구 등 해당 조건이 면책된다.
건축법상 2000㎡ 건축물은 대지를 비롯해 도로가 접하는 단면이 4m 이상, 도로 폭은 6m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4m 이내 진입로만 확보하고 있는 축사의 경우 길을 새로 내야 요건에 충족된다.
건폐율 60% 조건도 있다. 건폐율이란 대지면적 중 건축물의 바닥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로 건축법상 건폐율이 6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건폐율이 초과된는 축사의 경우 대지면적을 넓히는 등의 조치를 통해 적법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명확한 상위 지침이 없어 해석이 난무하다는 점이다. 가축사육제한구역의 경우 사육밀도를 줄이는 식으로 개정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건축법과 건폐율 등의 경우 유권해석을 일임하고 있는 지자체별로 기준이 달라 진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건폐율의 경우 필지마다 각각 계산해 총 대지면적 대비 건폐율이 60%를 초과하지 않아도 한 필지가 60%를 넘으면 부적합하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총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의 크기를 환산해 건폐율을 계산하는 곳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문제가 된 필지의 축사 개·보수를 통해 크기를 조정해야 비로소 적법화가 가능하다.
진립로의 경우 지자체마다 면(面)의 경우 도로 폭이 4m여도 가능하다고 보는 곳도 있고, 반대로 반드시 조건에 맞춰야 한다고 해석하는 곳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예기간이 불과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국 대상 축사 중 적법화가 완료된 비율은 농림축산식품부 기준 약 18%, 축산단체 추정으로도 14%에 불과하다.
좋은 법이든 그렇지 않은 법이든, 법을 시행함에 있어 찬반의 목소리는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이러한 목소리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우직하게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지침으로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 바다에 나가기 위해서는 명확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