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인 중학생을 유인,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성호)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며 “이영학에 대한 모든 사정을 종합하고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영학의 범행은 어떤 처벌로도 위로할 수도, 회복할 수도 없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영학에게서 피해자를 향한 반성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교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재판에서 수사 기관을 비판하는 등의 행동을 볼 때 이영학에게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욱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영학은 구속 중에도 반성 없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다. 앞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을 피한 뒤 2심에서 싸우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는 가족과 법조인 등에게 쓴 편지에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출소 이후 새 삶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이영학은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딸에게 “아빠가 이곳에서 책을 쓰니까 출판 계약이 되면 삼촌이 집이랑 학원에 보내 줄 거다. 1년 정도 기다려라. 우리가 복수해야지”라는 내용의 편지도 썼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의 딸(15)은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친구가 이영학에게 성적 학대를 당할 것으로 알고도 유인, 수면제를 건넸다”며 “책임이 비할 데 없이 크다”고 질타했다.
이영학이 허위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형은 징역 1년을, 이영학의 도피에 도움을 준 지인 박모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들은 이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30일 딸을 통해 A양(14)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는 A양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후 추행, 다음날 낮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A양의 시신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옮겨 유기했다.
같은 해 6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간 아내 최모씨가 10여명의 남성과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하고 촬영한 혐의 등도 있다. 자신의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이영학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직후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영학의 계부는 최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이밖에도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의 치료비로 쓴다고 거짓으로 홍보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억4000여만원을 모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후원금의 대부분은 딸의 치료와 관련이 없는 외제차량 구입비, 튜닝비, 문신, 성형, 유흥비 등으로 쓰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