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네덜란드 ‘상패’ 피해자 “끝까지 책임진다더니…1년만 치료비 지급한다네요”

[옐로카드] 네덜란드 ‘상패’ 피해자 “끝까지 책임진다더니…1년만 치료비 지급한다네요”

“끝까지 책임진다더니…1년만 치료비 지급한다네요”

기사승인 2018-02-26 14:08:45

“1년간만 치료비를 지급한단 보증서를 받았습니다”

A씨는 지난 21일 강릉 라카이 리조트에 위치한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를 구경하다가 스벤 크라머가 속한 네덜란드 팀 추월 대표팀이 던진 상패에 맞아 쓰러졌다.

이마가 움푹 찢어졌고 붉은 피가 옷가지를 적셨다. A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관중들의 옷깃을 잡아끌어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이 이를 발견한 안전요원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상처 아래쪽 2바늘, 위쪽 8바늘 총 10바늘을 꿰맸다. 

A씨의 피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네덜란드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간판 스벤 크라머는 “고의는 없었다. 어제 사건 이후 직접 가서 두 여성을 직접 만나서 사과했고 상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 입장은 달랐다. 그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 사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 이후에야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 만남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A씨의 말대로라면 크라머와 네덜란드 대표팀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주최측의 ‘보여주기 식’ 대응은 A씨에만 해당된 것이 아니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A씨와 함께 상패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진 B씨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병원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사과를 받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집에 돌아간 것은 사실과 다르다. 나는 그날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내가 상패에 맞아 다친 것도 모르고 계신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음 날 일어나니 멍이 심하게 들었다. 주최측에서 연락이 와 상태를 물어왔고 네덜란드 선수들과 만남을 갖자고 말해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다음 날 연락이 안 돼 알려준 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의 핸드폰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주최측이 월요일이면 떠난다는 것도 A씨를 통해 알았다. 나도 피해자지만 관계자의 명함 하나 받은 것이 없다. 나는 피해 보상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보여주기 식으로 일처리를 했단 것이 실망스럽다. A씨라도 잘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A씨는 네덜란드 대표팀과 주최측의 문제 처리 과정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내가 아는 사건 관련 관계자는 단 1명이었다. 나머지는 통역사와 시큐리티 등 회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그런데 유일한 1명인 하이네켄 관계자마저 피드백을 달라고 요청해도 답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들의 행태에 속앓이도 했다. 그는 “관계자가 월요일이면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네덜란드 하우스와 하이네켄은 한국 하이네켄과 연관이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아직 보험료를 어떤 형식으로 지급할 것인지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너무 불안했다. 관계자와 연락이 안 되면 끝이지 않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A씨가 실제로 사과를 받지 못했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뒤늦게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하이네켄이 움직였다. A씨는 “내가 원한 것은 확실히 보험료를 지급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26일까지 사인을 하라며 전날 보증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A씨가 쿠키뉴스에 공개한 보증서 내용에 따르면 그는 하이네켄 측에게 교통비나 핸드폰 파손비 등을 지급받을 수 없다. 오로지 1년간의 병원 치료비만 지급받게 돼있다. 이는 “끝까지 치료를 책임지겠다”던 사건 당시완 다른 태도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흉터 등의 치료로 발생되는 2차 비용은 결국 A씨가 모두 짊어져야 되는 상황이다. 

A씨는 “잘못은 그 쪽에서 했는데 오히려 내가 금전적 손해를 입고 마음고생만 하고 있다”며 “나는 치료비만 제대로 받고 싶었을 뿐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선수들이고, 하이네켄도 작은 회사가 아니지 않나. 처벌도 생각하지 않고 믿고 기다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에는 형사처벌이나 고소도 쉽지 않다. A씨는 “처음엔 처벌 의지가 없었다. 뒤늦게 처벌 의사를 밝히니 경찰 측이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처벌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 중이다. 그는 “보증서엔 선수나 주최측에 대해 더 이상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보증서에 사인을 하면 치료비를 온전히 다 지급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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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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