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에 있어 요즘만큼 상생(相生)을 강조하는 시기도 없다. 이 말은 상대방에게서 뺏거나 착취하지 않고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함께 산다’는 뜻이다.
bhc는 최근 BBQ에 대한 상품공급대금 등에 대한 500억원대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0년간 소스 등을 bhc로부터 공급받겠다는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소의 요지다.
이는 지난해 bhc가 제기한 2300억원대의 물류용역대금 손해배상 청구소송과는 별개로 이를 더하면 총 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두 회사의 악연은 2013년부터 이어져왔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PEF 로하틴그룹은 BBQ로부터 자회사인 bhc를 인수한 뒤 다음해 ICC에 BBQ를 제소했다. 매매계약서에 가맹점 수가 허위로 기재됐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박현종 bhc 회장이 중심인물로 부각됐다. 2012년 BBQ 글로벌 대표이사로 영입된 박 회장은 다음해 bhc 매각과 동시에 bh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BBQ는 매각절차를 진두지위한 박 회장이 자리를 옮기자 마자 이러한 문제를 짚어내 소를 제기한 것에 대해 ‘의도적 허위기재’ 라고 주장했다. bhc는 박 회장이 매각절차에 관여했지만 점포 실사 내용에 대해 확인할 수 없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ICC 판결에 따라 BBQ는 bhc에 100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갈등이 깊어진 양 사의 골은 지난해 BBQ가 물류용역계약과 상품공급계약을 파기하며 정점에 달했다. 물류공급과정에서 신메뉴 개발 등 영업기밀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이유였다. BBQ는 매각 당시 bhc에 물류용역과 소스 등 식재료를 10년간 공급하게 해주겠다는 물류계약을 체결하고 물류센터도 함께 매각했다.
이에 bhc는 일방적 계약 파기로 물류용역대금 등 피해를 입었다며 135억원의 손해배상 소를 제기한 뒤 같은 해 10월 2360억원으로 수정해 다시 소를 청구했다. BBQ는 bhc의 물류용역관련 보장 영업이익률과 상품공급관련 보장 영업이익률을 감안했을 때 남은 계약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총 200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BBQ 역시 bhc 일부 임원진이 BBQ 통신망에 무단으로 침입해 신메뉴와 마케팅자료, 해외사업서 계획서 등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며 임직원 4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또한 데이터 복구를 통해 bhc 측 인력이 통신망에 불법 접속한 증거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hc는 ‘이미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난 사안’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수위를 다투는 양 사의 싸움은 단순히 경쟁사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소장에 적힌 숫자는 고스란히 양 사의 부담으로 얹혀졌다. bhc가 현재 제기한 소송을 모두 승리하게 된다면 BBQ로서는 심대한 물질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반대로 BBQ가 모든 소를 무위로 돌린다면 bhc 역시 브랜드 이미지의 손해를 피해가기 어렵다. 절벽 끝 줄다리기가 떠오르는 이유다.
BBQ와 bhc는 모두 자체적인 상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을 비롯해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외국어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기도, 점주 수술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두 업체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벼랑 끝 줄다리기에서 둘 다 승리할 수는 없다. 반드시 한 편은 지게 되고, 혹은 둘 다 지게 된다. 이긴 쪽도 상처 뿐인 영광이다. 두 업체는 도합 3000여개 가맹점과 그 가족들의 생존을 쥐고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있어 이번 사안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되돌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양 사의 생존을 건 치열한 법적 다툼 속 어디에 ‘상생’이 있을까.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