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영국의 피치 등이 알려져있다.
이들은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기업을 대상으로 채무상환 등 신용도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줄을 세운다. 이 기준은 세계의 기준이 된다.
이들이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세 곳’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이 하나였다면, 혹은 단 둘이었다면 이들의 평가는 현재만큼의 위력을 행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세 개의 신용평가기관이 됐을 때 비로소 이들의 평가는 객관성을 띄게 됐다.
반대로 말하자면 하나의 기관이 내리는 평가는 객관적으로 보이지도, 실제로 객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위험한 존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업계의 간담회가 열렸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진행된 이번 만남은 가맹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사실 내재된 주요 쟁점은 바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었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공정위가 상정안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개정안은 필수품 공급가격 상·하한, 가맹점 사업자별 평균 가맹금 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 비율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는 원가와 마진이 공개돼 영업비밀이 공개된다며 반대해왔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전 일정 언론 공개’ 형태로 진행됐다. 통상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되는 그간의 간담회와는 궤를 달리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공개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김 의원장의 의지로 비춰졌다.
편의점, 요식업 등 다양한 관련업계 대표·본부장 등의 발언기회가 주어졌고 그간 상생을 위해 진행해온 사업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취합한 일부 대표들이 이를 건의했고, 김 위원장은 꼼꼼히 메모했다.
김 위원장은 “연말 모범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상생안 발굴을 독려했다.
앞서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발표한 상생방안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협약이행 모범사례 선정을 가맹분야에까지 넓혀 시장에 알리기로 했다.
이는 자칫 ‘징벌’과 ‘줄세우기’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또한 하나의 기관이 기업을 평가·선정·치하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징벌할 수 있는 권한까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당연히 공정위가 선정한 생상모범협력 사례는 기업으로서는 훌륭한 홍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노력한 기업에게 그만큼의 열매가 돌아간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무디스와 S&P, 피치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견제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발표하는 신용등급 역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큰 맥락에서는 대부분 궤를 같이한다.
최소한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공정위는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 단 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사와 징벌, 여기에 평가까지 더해진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손꼽았던 기업과 가맹점과의 상생 역시 ‘잘보이기’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히 잘 한 기업을 치하하는 것 뿐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시류를 볼 때, ‘김상조號가 선택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클 것이다.
정의의 여신은 칼과 저울이면 충분하다. 평가는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의 몫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