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잡코리아가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과장급 이하 직장인 1010명을 대상으로 '꼴불견 직장상사 1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책임질 일에 발뺌하는 미꾸라지형 상사'를 가장 꼴불견인 직장상사로 꼽았다.
직장상사로만 축소했을 뿐 산업 전반에도 이런 사례는 많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 인수 당시 산업은행과 조흥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기술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5909억원이라는 가격으로 48.92% 지분율을 매각했다. 더구나 매각 대금 중에 3900억원은 스스로 빌려준 것이었다. 기술 유출이 있었고 향후 쌍용차는 법정관리가 진행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지엠(GM)의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군산공장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지엠의 최대 주주는 지엠 본사이고 2대 주주(지분 17%)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해 두고도 공장 폐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지엠 이사회에 올라온 구조조정 안건에서도 산업은행 이사 3명은 모두 기권했다.
금호타이어가 결국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원래 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를 거부하고 오로지 중국 기업 더블스타만을 고집했다. 심지어 협상 과정에서 더블스타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운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매각가 인하, 상표권 사용료 차액 보전 등 국민의 세금으로 중국 기업을 도와준다고 약속했다. 더블스타 매각 포기 원인이었던 5년간 구조조정 금지도 최종적으로 3년으로 줄었다.
반면 박삼구 회장에게는 컨소시엄 구성 금지 등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호그룹과의 거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와 함께 2016년 금호타이어 경영평가 등급을 'D'등급으로 평가하며 경영진 교체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측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경영평가 등급을 D(총점 70점 미만)에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성적 평가 점수를 낮췄으며 2016년 금호타이어의 경영계획 달성도를 고려할 때 정성적 평가점수는 최소한 전년 점수 이상이 되어야 했다고 금호타이어측은 주장했다.
더블스타는 투자조건으로 금호타이어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더블스타는 5년이 지나거나 채권단이 보유 지분을 완전히 다 팔 때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특히 독립 경영, 경영진 임기 보장, 사외이사 임명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계약 과정을 반대로 본다면 5년 뒤에는 더블스타가 국내 공장 문을 닫고 떠날 수 있다.
물론 투표는 있었지만 이번 매각 과정은 결국 산업은행 뜻대로 진행됐다. 5년 뒤 중국 자동차 기업 지리가 볼보를 성공시킨 것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의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난다면 '미꾸라지형 상사'의 모습이 아닌 책임지는 산업은행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