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임시국회는 굳게 문히 닫혀있다. 중요 현안들은 봄바람에 어지럽게 날리고 있다.
임시국회 파행은 애초에 개헌투표 시기와 방송법 개정을 두고 여야의 의견충돌에서 시작됐다. 일자리 추경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의 간극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각 당 원내대표를 불러모아 정례회동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10일부터 예정된 대정부 질문 일정도 마찬가지다.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주요 현안들은 여전히 국회를 계류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농정공약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설치’ 여부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특위 운영방항은 문 대통령이 대서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농어업특별기구’로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와 정부부처는 물론 농어업분야 단체까지 포함하는 위원회 형태로,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개별부처에서 다루기 힘든 정책들을 이끌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30여건의 미세먼지 관련 대책법안, 상가임대차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생계형적합업종특별법,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자영업과 민생에 직결된 법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국회 파행으로 인한 법안 계류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20대 국회 들어 상정된 법안은 1만여건에 달하나 이중 8000건이 미결상태다. 사실상 개점 휴업인 셈이다. 또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5월과 6열 역시 국회 개회는 쉽지 않다. 4월이 올 상반기 마지막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당익과 명분의 차안대(遮眼帶)를 쓴 채 본업을 멀리하고 있다. 국회 상시개원을 위한 국회법 개정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현행 헌법상 정기회는 100일, 임시회 30일로 회기를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국회 상시 운영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도 이러한 부분은 손대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것이 본업이다. 본업을 잊고 의사일정을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