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저축은행 디지털뱅킹 출범현장에서의 일이다. 질의응답 순서였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대표이사가 대뜸 중앙회를 언급했다. 그는 ‘서비스를 하려고 해도 넘어야 할 단계가 더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진들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언론 앞에서 직속기관을 대놓고 문제 삼는 건 오해를 사기 충분해서다. 평소 호탕하기로 소문난 그가 담아둔 속 얘길 꺼낸 듯 보였다. 가볍게 웃고 넘겼다. 대표가 나중에 해명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엔 ‘뼈’가 있었다. 업계가 힘드니 도와달라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저축은행권 구조는 이렇다. 국내에 79개 은행이 있다. 모두 중앙회 소속이다. 중앙회 상위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실제 컨트롤타워다. 저축은행법 상 체크카드·모바일상품권 등 직·선불수단은 중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A저축은행 바코드 결제기능도 중앙회 ‘합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앙회가 ‘은행’이고 회원사들은 일개 지점에 불과하다는 자조도 들린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따라 서비스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고객 니즈를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순서가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국을 설득하는 게 먼저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규제를 넘지 못하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업계가 성장하기 힘들다. 서비스 개선도 한계가 있다.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대규모 부실사태가 터진 이후로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당국 시선이 곱지는 않다. 또한 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기관’이자 ‘지역 금융기관’이라는 인식도 남아있다.
디지털 금융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저축은행도 이런 기류에 소외되지 않도록 발버둥치고 있다. 사이다 발언을 한 대표도 실은 이런 노력을 벗삼아 당국 관심을 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규제 장막은 걷히지 않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언젠가는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명성을 되찾길 바라본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